[상담] 아래 직급의 직원이 상사가 되었습니다.
- 교육,강연,상담
- 2018. 4. 16. 06:00
남편이 사십대 중반이고, 현재 사기업 해외 주재원으로 생산 담당 매니저입니다. 고참 부장이고, 그 전 승진들은 빠른 편이었습니다. 최근 현재 대표가 갑자기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새롭게 대표를 이 곳 근무자 중에서 뽑게 되었는데, 밑에 직급인 차장이 고참 부장인 남편 대신 대표로 승진했습니다.
그 분은 과장이었다가 여기 해외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경우고, 팀장으로 일해 본경력이 없는 분입니다. 이번 대표가 된 차장은 생산과 영업을 조율 기획하는 파트에서 일했고, 전반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이유라고 합니다. 저희 남편은 공장 매니저로 오래 일했고 해외도 이번이 다른 나라 포함 두번째 경우이고, 한국에서 팀장도 했었고, 한국에서 지방 공장에서 근무한 적도있고, 그 분과 비교해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남편은 쭉 생산 담당이라 업무에 치중 될 것이라는게 전반적 업무를 아우르는 대표가 되기 어려웠다는게 이유라더군요. 여기 해외 사업장은 각 파트가 대표로 나온 분위기로 차장이 가장 낮은 직급이고, 이번에 대표된 차장의 입사 동기도 2명 다른 파트에서 일하고 있고, 회계 쪽 부장님( 이 분은 여기 온지 1년 밖에 안 된 것이 승진 탈락 이유) 있고, 생산 쪽 부장인 저희 남편이렇게 해외 현지인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부장도 거치지 않은 사람이 현 대표가 쓰러진 이런 시점에 대표로 발탁된건 이 회사에서 처음입니다. 저희 신랑은 자신이 못 해서 이런 인사가 생긴거라 합니다. 현 대표님 이전 대표 (2년간 이곳을 맡았었던 분)가 출장온 사이에 현대표가 지병으로 입원하고 현지에서 대표를 뽑는 과정에 전례 없는 인사가 이루어졌어요. 회사에서 남편을 달래며, 다른 해외 사업장 갈 기회를 곧 줄테니 거기서 잘 해 보라 한다는 군요.
제조업 업종이고, 차장이 탐장 경험 없이 바로 부장들 제끼고 이 곳 대표를 맡을만한 능력을 보인 것이 뭔지 납득이 어려워요. 남편은 자기가 부족하고 회사가 자신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에 놀랐다 합니다. 여기 2년 동안 있던 전 대표에게 그 차장이 상당히 잘 보인 것이라 여겨집니다. 파견 직원 10명 되는 해외에서 물론 현지 작원들은 많지만, 까마득한 후배를 대표로 모시며 지내야 하네요.
이런 파격 인사가 나올만한 그의 객관적 능력을 잘 모르겠단 분위기고, 남편에게 위로를 슬쩍 하는 분위기에요. 그만 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든 생각이 드네요.. 조언 구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망설이다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가 망설인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우선은 저는 상담을 글로 하지 않습니다. 만나서만 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조언을 하는데 짧은 글만 보고 내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글을 쓰신 이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용을 전해 듣고 글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개인의 주관이 두번이나 개입되게 됩니다. 굳이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이런 상담, 조언 요청의 글에 저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답을 길게 남겨도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심정에 이곳에 글을 남기셨으리라 생각이 되어 짧게 나마 솔직하게 회신을 드립니다.
위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회사에서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이 위로 올라가게 된 경우 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회사에서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저도 많이 봐 왔습니다. 가장 흔한 이유는 회사 내 인적 자원을 한꺼번에 정리하기 위해서 입니다. 검사, 판사, 군인처럼 기수문화가 있는 경우 아랫 기수가 장으로 올라가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보셨을 겁니다. 그러면 이것은 일차원적으로는 그보다 기수가 높지만 직위가 낮은 사람들을 정리하려는 암묵적인 표현입니다.
아울러 회사에서는 한 가지 분야만 판 사람 보다는, 전문 분야가 있는데다가 다른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표라는 자리에 맞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흔히 T자형 인재라고 부릅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인 대표는 다양한 분야게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 회사에서도 단지 상품, 생산, 소싱 뿐 아니라 매장 운영, 마케팅, 재무, 인사 등에 두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정말 회사를 이끌어 나갈 대표가 아니라 약 일, 이년 정도를 명확한 목적을 위해 대표로 뽑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더로 뽑는게 아니라 사람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시켜서 효율을 극대화할 요량으로 사람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 될 경우는 재무통인 사람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 경우인지 먼저 파악하셔야 합니다.
개인에 대한 평가는 회사가 내립니다. 내가 아무리 스스로 잘하고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회사가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입니다. 옳던 그르던 그것이 냉정하지만 현실입니다. 심지어 동료들도 좋은 사람,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평가하는 사람 (보통은 상급자)이 그렇게 않다면 아닌 게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최대한 나를 제대로, 혹은 70밖에 못하더라도 100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를 하고 쇼잉을 하고 아부를 하는 등의 잘못된 방식도 사람들은 선택하곤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가설은 남편분도 회사생활을 거의 20년 정도 하셨을 것이기에 잘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암묵적인 요청, 강요를 받아들이고 회사를 떠날지, 아니면 계속 남아서 훗날을 도모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우선은 이 인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 내용은 남편분이 가장 잘 파악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결정은 남편 분께서 직접 내리셔야만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미안해하며 다른 사업장을 맡도록 권면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때 섣부르게 회사를 나가는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의 51%의 추정입니다. 급작스러운 상황이기에 남편분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선을 맡은 일을 하면서 훗날을 도모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 드립니다. (절대로 정답이 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내리신다고 하면 회사와 협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상황은 그냥 퇴직금을 받는 것 이상의 것을 회사에 요청하셔도 될듯 합니다. 아마도 회사도 어느 정도는 그런 요청을 염두해 두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남편분을 다그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이렇게 될 때까지 넌 뭐했냐?” 등의 말씀을 하지 마시면 좋겠습니다. 글쓴이께서 회사 생활을 하신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괴롭고 힘든 사람은 남편 입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10배는 괴로울 겁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금 현재를 냉정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심적으로 조임을 받지 않도록 힘을 주십시요. 이 기간을 부부가 협심해서 슬기롭게 넘기셔야 합니다. 앞으로의 30년 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조급하고 채근을 받으면 올바르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남편분을 믿고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힘드시겠지만 냉정히 고민하시고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by Dr. Son
게시판에 남긴 글의 답을 이곳에 남깁니다.
'교육,강연,상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담] 해외취업을 고민중인 삼십대 초반 여성입니다. (0) | 2019.02.25 |
---|---|
[인터뷰] 슬기로운 직장생활 (0) | 2018.10.23 |
[인터뷰] YTN 라디오_ 직장인의 시간은 줄고, 직업인의 시간은 는다. (4) | 2018.03.22 |
[인터뷰] YTN 라디오_ 퇴사충동? 먼저 직장생활부터 충실하게. (0) | 2017.09.20 |
[인터뷰] 경향신문_ 퇴사가 꿈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돕는 직장생활연구소 (2) | 2017.09.05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