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그렇게 말하지 말지

 

 

회사에서 바쁜 일을 시간에 쫓겨 처리하고 돌아서면 엄청난 피곤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중한 업무보다 다른 이유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일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그렇다.

 



엄마가 딸에게 말했다.
"네 방과 욕실을 청소하지 않으면 이번 주말에 외출 금지다"

토요일 저녁, 엄마는 화를 내며 놀러나간 딸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뭐라고 했지? 니 방과 욕실을 청소하지 않으면 외출 금지라고 했는데, 청소도 하지 않고 그냥 나가 버렸어. 당장 집으로 들어오렴”

딸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소했어요, 엄마"
"넌 분명히 하지 않았어"
"아니요. 했어요"

"화장실에 드라이어는 그대로 있고 바닥 타일에는 물때가 그대로고, 방은 머리카락 투성인데?"
"엄마, 저는 항상 그렇게 청소해왔거든요. 화장실 변기 청소를 했고, 방은 침대를 정리했어요"




이 대화의 문제는 간단하다. 바로 ‘청소를 한다는 것’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청소를 했을 때 확인 가능한 깨끗함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나 딸 모두 ‘욕실과 방 청소를 한다’는 행동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의 기준을 서로 명확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이런 상황은 회사에도 생기기 쉽다. 일을 지시한 사람과 행동한 사람이 모두 함께 동의한 명확한 결과물에 대해 합의하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많이 벌어진다. 매출 분석 자료를 뽑으라고는 했지만 양자가 모두 이해하는 끝 모습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시키는 사람의 기대와 하는 사람의 결과가 완전 다를 수 있다.

 

 

 

 




 





조직의 보스가 있었다. 좋아하는 젊은 여자가 생겼는데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기간 함께 일한 믿을 수 있는 심복을 시켜 감시하게 지시했다. 그리고 보스는 그에게 말했다.

“만약 그 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 인건 같으면, 니가 알아서 처리를 해”

그녀를 감시하던 심복은 어느 날 둘이 데이트를 하고 호텔에서 함께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확인을 위해 호텔 방으로 들어가서 증거까지 잡았다. 결국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 버렸다. 그 결과를 보스에게 보고 했을 때 보스는 그의 빰을 때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 둘을 죽이면 어떻게해, 왜 니 맘대로 처리한거야?”

당황한 심복은 말했다.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 같으면 처리를 하라고 하셔서”

“내가 처리를 하라고 했지 언제 죽이라고 했어?”


 



이 둘의 문제는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보스가 말한 ‘처리하다=혼내줘라’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심복은 ‘처리하다=죽여라’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처리하다'는 말 자체가 뜻이 모호한 단어였던 것이다. 보스가 처음부터 그냥 처리하라가 아닌 ‘혼을 내 줘라’라고 말을 하거나 아니면 심복이 “처리하라는 말씀은 없애 버리라는 말씀 이신가요?"하고 한번 더 확인을 했어야 했다.








 

 









위의 두가지 사례는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했기에 그나마 낫다. 어떤 경우는 윗사람이 아예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김대리는 6년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업무 수준이 형편이 없었다. 어떤 일을 해도 그 수준이 낮아 팀의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남의 험담과 불평을 너무 많이 하고 다녀 모두가 그와 함께 엮이는 것을 싫어했다. 팀장은 고심 끝에 그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온라인 업무를 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지시 내용은 오직 ‘온라인 업무 수행’ 밖에 없었고 ‘언제부터 어떤 범위까지 어떤 수준으로 해라’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김대리는 3주 동안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로 멀뚱 멀뚱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한번도 주도적으로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주체적으로 일을 설계할 줄도 몰랐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적극성도 없었다.

방치된 김대리를 보고 있었던 진차장은 너무 답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프로세스를 짜고 업무를 하나씩 김대리에게 알려 주었다. 진차장이 숟가락으로 일을 떠먹여 준 덕분에 김대리는 겨우 겨우 버벅이며 일을 정리하며 조금씩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팀장은 진차장을 불렀다.

 

 


“너는 왜 김대리에게 니 맘대로 일을 시켰니? 내가 생각한 방향을 그게 아니었는데, 니가 팀장이냐?”

“팀장님이 김대리에게 명확하게 지시한게 없었잖아요. 생각한 방향을 김대리에게 얘기를 해 주시던가 저에게 라도 알려주시기 그랬어요? 사람이 혼자 한달째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앉아 있는데 그냥 보기만 해야 하나요?”

진차장은 너무 화가 났다. ‘온라인 업무를 해라’라는 지시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팀장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팀장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아 일을 제대로 시킬 줄 몰랐던 것이었다. 일을 제대로 시킬 줄 모른다면 자신이 프로세스를 세팅하는데 딴지나 걸지 말것이지 시간을 쪼개서 프로세스를 잡고 일을 가르쳤더니 그제서야 그를 다그치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우리는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회사에서의 업무관련 대화는 연인간의 밀당이 아니다. 해석을 해야 하는 두루뭉실한 표현은 오해를 불러온다.  무미건조 하더라도 감정을 빼고 명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지시받은 일이 불명확 하거나 최종적으로 원하는 모습이 이해가 안될 경우는 반드시 다시 물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무언가를 보고 그려도 그대로 그리기 어렵다. 소위 레퍼런스라는 예시를 가지고 해도 결과가 수준 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호한 말로 지시를 얼버무리고 나서 결과가 나온 이후 그때서야 혼을 내는 행동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회사에서의 불명확한 지시와 언어의 사용은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낮은 수준의 결과만 가져온다. 만약 당신의 상사가 그런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물어 확인을 하고 시작하자. 말로만 하는것이 어렵다면 메일 등의 문서로 명확히 하고 시작하자. 명확히 물어보면 나오는 ‘따지는 놈’ 같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일을 하고도 ‘제대로 못하는 놈’으로 취급받는 것보다 낫다. 명확하지 않은 시작은 반드시 수준 이하의 결과만이 나올 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결과에 대해 불명확한 지시를 한 자신을 빼고 제대로 일을 못한 당신의 탓으로 만들 것이다.


회사에서는 반드시 명확하게 말하고, 답하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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