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12 _ 계획된 우연을 성공으로 구워내다. 훕훕베이글 박혜령 2
- 회사를 떠나다
- 2015. 7. 29. 08:00
▶ 훕훕베이글 사장으로서의 일과는 어떤가?
6시반에 일을 시작한다. 전날 만들어 놓은 반죽으로 빵을 만든다. 11시부터는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2시 정도되면 빵 만드는 것이 끝난다. 점심을 먹은 후 다음날 사용할 반죽을 5~6시까지 또 만든다. 그리고 나서는 문 닫을 때까지 빵을 판다. 지금은 다행이 좀 알려져서 빵이 영업 종료 전에 다 팔리는 경우가 많아서 다행이다. ^^
▶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서 일하는 시간이 적지는 않다.
회사 다닐 때보다 휠씬 낫다. 내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는 7시 출근에 거의 야근에 주말 출근도 잦았다. 일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지만 내 일이기 때문에 좋다. 다만 안 좋은 점을 굳이 꼽으라면 거의 똑같은 매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회사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다이나믹함이 있다. 이 일은 빵을 준비하고 만들고 파는 일은 정말 똑 같은 반복의 연속이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회사 일의 반복에 대해서 지겨워 하시는 분이 많은데 형태는 다르겠지만 ‘반복’ 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반복 없는 성공은 없지 않을까 싶다.
▶ 작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기의 성공 노하우를 하나만 알려 준다면?
실제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소비자를 만나지 않는다. 머리로 구상하고 사례를 보고 얘기만 듣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니 손님들을 매일 만나는 것이 엄청나게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알았다. 월요일에 온 손님이 수요일에 다시 찾아오고 맛있다는 피드백을 직접 받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겪어보니 중독이 된다. MOT (Moment of Truth)를 경험 하며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으니 자부심도 생기고 용기도 생긴다. 회사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종류의 성취감을 느낀다. 회사일 잘해서 매출이 오르고 그래서 칭찬받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뿌듯함이다. 굳이 노하우라고 한다면 손님을 직접 만나고 대면하면서 정말 감사한 감정과 성취감을 느끼고 다시 힘을 내서 일하는 것인 것 같다.
▶ 직접적인 질문이다. 회사 다닐 때 비교해서 벌이는 어떤가?
처음에는 딱 월세와 재료비만 벌었다. 내 인건비는 없었다. 첫 달에 마이너스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달은 몇 십만 원, 몇 달 후에는 인건비까지 이렇게 조금씩 매출이 늘었다. 지금은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번다. 회사 다닐 때 월급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 어머니 생활비 드리고 같이 일하는 남동생 월급 주고, 같이 일하는 올케 월급도 준다. 그리고 가게 새 내고 저축도 조금 한다. 그런 것 생각하면 월급쟁이 때보다는 낫다.
▶ 처음 가게를 열고 지금까지 2년 반 정도 지났다. 자신에게 몇 점 정도 줄 수 있는가?
한 8점 정도 줄 것 같다. 나머지 2점은 내가 야심이 없어서 뺏다. 나는 지금이 행복하다.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어머니와 가족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걸로 저축도 하고 가게도 조금 커져서 일하는 환경도 더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손님들이 있어서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더 키울 기회는 있었지만 지금이 너무 행복하기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욕심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 훕훕 베이글의 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베이글에 다양한 시도를 해 봤으니 또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베이글이 주가 되니 베이글로 만든 샌드위치를 오피스에 위치한 곳에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여유가 생긴다면 그런 재미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조금 더 다이나믹 하고 반복에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다면 나중에는 해보고 싶다.
▶ 최근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언가?
어느 정도까지 확장을 해야 할까? 바로 이 질문이다. 매장 수와 크기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꼭 매장에 나와야만 베이글을 사먹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Hey Bread도 그렇고 요즘은 배송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도 입점을 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내가 정말 정성 들여 만든 빵은 많은 곳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좋은 것인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건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음식은 또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가 책임 질 수 있는 범위를 매일 고민 하고 있다.
▶ 혹시 다시 회사로 돌아갈 의향은 있나?
있다. 식음료를 하는 큰 유통회사 같은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 더 크게 일하는 법에 대해서 알고 싶다. 어찌 보면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인 것 같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어도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짜 배움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 같다.
나도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멀리 떨어져서 제 3자의 시선으로 나와 회사를 바라보니 또 달랐다. 나는 많이 배웠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또 커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3군데의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할 때마다 내가 배웠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내가 배운 것,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안에서 내가 배우고 깨달아 알게 되고 성장한 것을 제대로 평가해 본다면 회사의 의미는 또 달라질 것 같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 매일 야근하고 너무 지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일상이 문제인 것 같다.
▶ 삶의 가치관은 무언가?
하루하루를 알차고 뿌듯하게 사는 것. 그것이 좌우명이다. 그냥 바쁘게만 살아서 피곤하고 소진된 것 보다 꽉 찬 성취감과 부듯함으로 가득한 하루를 살고 싶다.
▶ 회사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아서 내가 꿈꾸는 일을 하고 싶다. 라고 말하는 동료나 후배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그럼 해 보라는 것이다.
나는 브랜드 만드는 일을 하면서 막연히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무얼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다. 배우는데 돈을 많이 써서 5년 회사 생활하고 3000만원 밖에 안 남은 것 같다. ^^ 내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원재료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좋았다. 그래서 그냥 다양한 것들을 배우러 다녔다. 하다 보니 금방 시들해 지는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계속 시도 했다.
그런 와중에 빵은 시들해 지지 않았다. 너무 재미 있었고 즐거웠다. 어찌 보면 계속해서 시도해보고 배우면서 내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의 범위를 좁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빵이라는 분야가 결정되고 나니 점점 더 깊게 파면서 지식이나 경험의 깊이를 더했던 것 같다. 솔직히 이런 것들을 의도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아야 한다.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핸드폰만 보면서 ‘난 뭘 잘하지? 내가 되고 싶은 건 뭘까?’ 고민하지 않으면 좋겠다.
▶ 요즘 젊은이들이 첫 직장을 얻는 것이 너무 힘들다. 취준생 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답은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모르는 것에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읽은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한 것 같다. 회사나 사회생활도 그런 면에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대기업 몇 군데를 찍어놓고 여기만 가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많은 친구들이 금융계를 가거나 대기업에 많이 갔다. 나처럼 에이전시를 가는 친구는 없었다. 선배들도 말렸다. 대기업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이 왔다. 인턴을 해 보니 일이 재미 있을 것 같고 배울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궁금한 일들이 많았고 흥미가 있었기에 주저 없이 회사를 결정했다. 회사를 옮기는 기준도 그러했고 지금의 베이글을 만드는 일을 선택할 때도 같은 기준이었다. 재미와 흥미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으니 그럼 해보자’라는 것이 기준 이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의 모든 것, 나의 생계 전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듣는 말이겠지만 꼭 대기업을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내 동기들 봐도 대기업 갔다가 2~3년 안에 그만 두고 후회하는 친구도 많았다. 재미와 흥미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수없이 두드려 보고 흥미와 재미를 찾았다면 시도해 보길 바란다. 젊을 때 해야 한다. 결혼한 사람 30대 중반만 되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이 일, 이곳 아니면 안돼’라고 못박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경험을 한 후에 결정해도 된다. 가끔 학교에 가서 특강을 하는데 질문이 나온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일단 회사는 가야 하니까 원서 쓰고 스팩 쌓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게 접근하니 취업도 안되고 본인도 쉽게 지치는 것 같다. 그 시간에 작은 곳이라도 흥미가 가는 곳에서 일을 하고 경험을 쌓고 다시 아니라면 털고 일어나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조언을 하는 것이 많이 조심스럽다. 내 얘기가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 혜령씨를 보고 ‘나도 나만의 작은 가게를 하고 싶다며 연락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주위 지인들도 꽤 많이 물어 본다. 그럼 나는 ‘돈을 못 벌 수도 있어’ 라는 것을 전재로 깔고 ‘시작하고 싶으면 해봐.’ 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만의 가게를 하면서 두는 가치의 기준이 대부분 돈이기 때문이다. 처음 나와서 수입이 “0” 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마치 내 값어치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월급쟁이는 한 달에 한번이지만 자영업은 그게 매일이다. 매일 매출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너무 힘들었다. 맨탈이 버티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도 ‘돈은 못 벌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고 진입했지만, 실제 매출이 적은 날에는 너무 힘들었다. 스스로 괜찮다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도 힘들었다. 매출에 초연하기는 너무 어렵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템이 가장 우선이다. 그리고 그 아이템으로 잘 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홍대에 있을 때와 지금 이 동네로 왔을 때 다른 점은 무언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 오픈 한달 후에 시작한 온라인 판매에서도 그랬다. 그러면서 꼭 매장에서만 오프라인으로만 판매하지 않는 새로운 가능성도 많이 봤다. 홍대에서 손님은 블로그를 보거나 SNS를 보고 호기심에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들이 오는 것은 빵을 사는 것 자체가 아니다. 홍대에서 친구랑 놀다가 생각나서 구매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고민하다가 한 두 개만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동네는 달랐다. 사서 먹어보고 입에 맞으면 아이를 위해서 사고 하다 보니 객단가가 홍대에 비해 높았다. 고객이 다르니 구매행태가 달랐고 객단가가 다르게 나타났다. 마케팅 원론 책의 내용을 실제로 겪었다.
홍대에 있다가 동네로 오면서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각오를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동네로 오면서 새로운 발견을 많아 했다. 우리집 빵은 4시면 다 팔리고 없었다. 파리바게트는 10시가 넘어도 빵이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가게가 좁아서 조금밖에 못 만들고 빵이 많이 팔리니 일찍 동이 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처음에는 이게 뭐냐라고 이해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품절 마케팅이 되어 버렸다. ‘여기 빵이 잘 팔려서 빨리 가지 않으면 없다.’ 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VJ 특공대에서 찾아오고 또 그것이 단골을 불러오는 선 순환이 이어졌다. 환경이 바뀌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기회들을 많이 만났다.
▶ 5년 후에 본인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한다면?
아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빵집으로 뛰어오면 내가 안아주며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계속 행복한 빵을 만들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
▶▶ 그녀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것을 주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 즐거운 것을 찾기위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시도를 하고 나니 그녀의 몸에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것들이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시도하면서 빵, 더 구체적으로 베이글을 찾게 되었다. 마치 이것들이 계획된 우연처럼 그녀를 지금의 행복한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지금 모습이 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계획된 우연” 이었다. 일터에서 힘들게 일하며 쌓은 마케팅 내공과 관심분야를 좁히고 찾고 그것에 깊이를 더하게 된 것. 그것을 누가 우연, 혹은 운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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