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될 때 남편의 심정



결혼한지 정확히 5년이 지났다.


그 동안 나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3년 전 사랑하는 딸아이를 낳은 것과 

아내와 내가 처음 만났던 직장을 떠나 나는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둘이 벌던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2개월간 아내가 회사를 떠나게 되기 까지의

남편으로서의 그 동안의 복잡 다단한 심경의 변화를 말해 보고자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는 현재 9년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벌써 지난 2년 동안 회사를 그만두어야 겠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그동안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아내의 요청에 대해 한걸음 떨어져서 그 대답을 회피한 것이
여지껏 아내가 회사생활을 계속하게된 가장 큰 이유였다.
솔직히 아내는 사회생활을 그리 잘 할 수 있을 만큼의 스트레스에 강하지도 않고,
얼굴에 강철판을 두루고 있는 것도 아니며, 아닌것을 맞다고 웃으면서 예기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 주는 것이 맞는 것이었고, 쉬면서 재충전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이었으나, 2년간 아내를 회유하고 붙잡아 둔것은 단지 불안했기 내가 때문이었다.

지난 2월 회사에서 돌아온 아내가 나를 앉혀놓고 해준 그 동안의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아내를 회사에 더 다니게 하는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더이상 아내를 괴롭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것이었다.

그 이후로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기까지의 2달 동안 나의 심경은 이러하다.  



1. 미칠듯한 불안.

둘이 벌때보다 정확히 수입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엄청난 현실이다.
이 현실은 남편에게 있어 가장 크고 가장 무서운 첫번째 부담이자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주택 담보 대출도 아직 반이나 남아있는 상태이고, 회사에서는 이제 올 해 과장 진급의 기로에 서 있고, 회사는 다니기가 갈수록 싫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무섭다. 무서웠다.진심으로.ㄷㄷㄷ





아예 외벌이로 시작했으면 이런 불안은 없었을 텐데. 외벌이로 살만큼 많이 벌지는 못해서...
앞으로 피곤할때 가끔 타던 택시도 타지 말아야 할 것이고,
두달에 한번 정도 후배들에게 사주던 소주한잔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주말이면 주중에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으로 한번씩 하던 외식도 크게 부담이 될것인데...
별의별 생각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내가 속물이 된것인가?

혼자 외벌이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선배를 만나서 소주를 
한잔 한 것이야 말로
나에게 처방할 수 있는 나 스스로의 최고의 자위였다.




2.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나라고 어찌 회사생활이 즐겁기만 하겠는가?
위에는 말도 안되는 것만 시키는 상사들이 있고... 아래는 없다.  내가 아래다.

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사를 때려치워 버릴까 라고 수없이 생각해 보고
또 사표도 써서 책상서랍에 이미 들어가 있지만,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는 홀로 야근하는 밤
홀로 앉아 있던 사무실에서 그 사표를 꺼내서 파쇄시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맞벌이를 한다는 핑계로 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셨는데 아이마져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게 되면 나만의 시간이나 퇴근 후 운동할 수 있는 시간마져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여성들이나 아이에게 을 맞을 만큼 아주 이기적이고 교만하고 편협된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는 하루종일 회사에서 스트레스에 쩔어서 들어오고 나면,
아내는 집에서 아기랑 놀아주다 지쳐버리게 되면 밤늦게 들어온 나에게 아이를 맡기고
혼자 자버린다던가, 나에게 퇴근이후 육아를 넘겨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사소하고 유치하고 치졸한 생각마저 들었다.

책임감이 아니라 정신이 나약해 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3. 인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겠다고 다짐한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나는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늘 모색하고
나의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준비하는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하니 이런 마음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독서는 더욱더 절실해 지고 역경이나 변화는 나를 더욱더 성장시킨다고 수없이 되내이고 나로 하여금 강해 져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매일 매일 예기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마져 지쳐 쓰러지게 되면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도 있으므로...

저녁에 들어와도 지친 아내대신 아기와 책도 읽어주고 놀아주게 되면 내가 낼 수 있는 유일 한 시간은 새벽시간, 무슨일이 있더라도 새벽에 지금보다 한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곧 불안함과 책임감이 섞여 복잡하고 어지러운 기분으로 퇴근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대한민국 보통의 평범한 외벌이 남편분들 모두 힘을 내시고 

새롭게 편입한 이 신입 외벌이 회원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