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시트콤_ 미얀마 고난의 출장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 미얀마(Myanmar)로 첫 출장을 가는 날이었다.

 

해외 주재원인 차장님께서 이미 미얀마를 방문해서 몇몇 가능성 있는 업체를 사전미팅을 완료 했고 스케줄도 확정이 되었다. 아울러 출장 전에 미리 가격을 확인을 통해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기존 업체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접근 가능한 상황까지 파악 되었다. 이번 출장에서는 본부장님을 모시고 좋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의 공장을 방문해서 공장 상태를 파악하고 첫 거래를 시작하면 되는 상황이었다나는 중국에서 태국을 거쳐서 7 30분에 미얀마에 도착했고, 본부장님은 10 30분에 도착하는 일정 이었다. 도착하면 업체에서 픽업나온 차량을 타고 호텔로 바로 향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순서대로 잘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미얀마 양곤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도착해 보니 픽업을 나와있지 않았다. 일정표를 자세히 확인해 보니 주재원 차장님이 업체에게 도착시간을 본부장님 스케줄로만 알려 주었던 것이었다. 본부장님이 도착하려면 3시간이 넘게 남았다.

 

그럼 방문 예정업체 중 하나인 한국인 업체 사장님께 전화로 SOS를 요청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한국 통신사의 어떤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전화도 문자도 당연히 인터넷도 모든 것이 먹통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KT 것만 아주 일부 지역에서 작동을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중전화를 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공항을 이 잡듯이 뒤지고 물어봤지만, 이럴 수가…. 공항내부에 공중전화가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국제 공항인테 wifi 라도 되면 카톡으로 연락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젠장. 양곤 공항에서는 쥐꼬리 만한 와이파이의 흔적 밖에 찾을 수 없었고, 그 쥐꼬리 가지고는 인터넷 연결이 전혀 되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전화를 해야 했다.

공항 옆자리에 있는 스페인 커플에게 사정 설명을 하고 10달러나 주고 전화를 빌렸다. 한국 사장님께 전화를 하는데 신호가 가야 하는데 나오는 건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미얀마 어 뿐이었다. 아뿔싸.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장님의 핸드폰 번호뿐 이었고, 사장님의 한국 핸드폰도 여기서는 터지지 않았다

이 방법도 무효. 애꿏은 10 달러만 날렸다. 다시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머리속이 미얀마 숫자 처럼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그럼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는 개방의 훈풍을 타고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서 호텔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간 상황이다. 주재원 차장님이 예약해 준 호텔의 부킹 내역을 찬찬히 살펴보니 기가 막혔다. 부킹 내역서에 호텔 주소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이런...

 


가장 충격적인 것은 호텔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단다. 캐쉬 온니 란다. 마치 비싼 돈을 주고 보험계약을 하고 나서 개미 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특약사항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울화통이 터지는 상황이 된 것 같았다. 도대체 차장님은 왜 호텔이 현금만 받는다는 이런 특이한 사실을 미리 알려 주지 않은 걸까? 그럼 현금이라도 많이 뽑아왔을 텐데 말이다. 수중에 있는 돈은 달랑 60불 뿐인데 호텔에 체크인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젠장. 자세히 읽어 보지 않는 다 내 잘못이었다.

 

현금 서비스라도 받아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법인카드에 걸어 놓은 비밀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아는 번호란 번호는 다 눌러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Invalid number 라는 문구 뿐이었다. 개인카드를 봤더니 What the fu….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한 장 밖에 없었다. 출장지에서 혹시 지갑을 잃어 버리면 안되니까 따로 챙겨온 지갑에 카드를 달랑 한장 만 넣어 왔던 것이다.

 

정말 짜증이 미치도록 밀려오는 상황을 넘어서 이제는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되었다.

시트콤 대본을 써도 작가가 경험이 없었다면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짜증나는 상황을 나는 몸소 경험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부장님께서 오셨다면 주재원 차장님은 정말 찍힐 대로 찍혀서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본부장님은 다른 비행기로 오시는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나의 마지막 선택은 심플했다.

그냥 3시간동안 본부장님 일행을 픽업하러 나오는 주재원 차장님을 기다리는 것외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는 본부장님과 함께 들어가려고 기다렸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반갑게 맞이 해야겠지. 본부장님이 고마운 마음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길 바랄 뿐이다.

 

중국에서 방콕을 거쳐 미얀마로 들어오는 모든 시간을 다 더하니 9시간 반이었다.

거기에 지금 이 상황으로 인해 꼬박 13시간을 할애해서 미얀마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미얀마의 Yangon international 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붙어 호객행위를 하던 택시 기사들도 이제는 나에게는 택시 탈 거냐고 아예 묻지도 않는다.

 

그리고 상무님 도착이 2시간이 남은 지금 . 너무 오랫동안 앉아만 있어 엉덩이가 미치도록 아파오는 작금의 상황을 시트콤이라 생각하며 웃어 넘기고 싶다. 그리고 이 시트콤이 남아있는 미얀마에서의 여정이 잘 풀려나갈 것이라는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미얀마 출장시 TIP

 

1. 미얀마 호텔비는 1~2년 전에 비해 2배가 넘게 올랐다.

   내가 머문 호텔도 2년전 70$에서 현재는 160$로 가격이 올랐다. 물론 호텔 수준은 70$ 그대로 이다.

   저렴한 곳에 머물고자 한다면 현지 사정에 밝은 지인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최선이다.

 

2. 현금만 받는 호텔이 상당히 많다.

    전해들은 바로는 양곤시내 호텔 중 약 50% 가량은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그 현금도 은행에서 방금 뽑은 빳빳한 새지폐만 선별해서 받는 경우가 많다.

    출발전에 호텔에서 카드를 받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필수다.

  

3. 한국 핸드폰은 자동로밍이 되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는 SK, LG 통신사는 아예 전화 문자 아무것도 되지 않으며, KT만 일부 지역에서 터졌다.

    만약 전화를 사용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는 공항에서 반드시 핸드폰을 임대해야 한다.

    아울러 공항에서는 유심칩만 따로 판매하지 않으니 정신건강을 위해 현지폰을 임대하는 것을 추천한다.

 

4. 비자 신청시 사진의 배경은 반드시 하얀색이어야 한다.

    본부장님 비자 신청할 때 갈색 배경으로 바자 Reject을 받았다.

    시간도 없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다시 찍을 여건이 안된다면 아래 처럼 해 보라.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포토샵 등으로 약간의 리터칭을 하고 배경을 하얀색으로 하자.

    그리고 킨코스 (Kinkos) 등을 통해서 광택지에 인쇄를 하면 된다.

    그 방법이 가장 싸게 가장 많은 수량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해외 출장이 잦아서 비자 발급용으로 많은 사진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 이 방법을 추천한다.

 

5. 무엇보다도 덥다. 아주 많이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5월초의 날씨가 40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이니 이를 유념해서 더운 날씨로 짜증내지는 말자.

   아울러 5월 중순부터는 우기가 시작된다. 

   우기의 경우 우산 자체가 필요없을 정도 수준으로 미친듯이 비가 흩날린다.

   이 때 방문해야 한다면 샌들과 그 효능을 경험하기 힘들었던 고어텍스 바람막이를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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