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7와 로마인 이야기


<노트7 사태를 돌아보며>





1. '로마인 이야기


이 책을 아는 분들은 그 저자도 아실겁니다. '시오노 나나미' 라는 일본인인데요, 이탈리아도 아닌 일본인이 로마인의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 메이지 시대부터 로마사를 연구한, 로마사의 권위있는 국가여서지요.  일본인들은 왜 로마사를 연구하기 시작했을까요?  그건 일본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서양사에서 전무후무한 제국인 로마를 닮고 싶은 소망이기도 했지요.




2. 일본은 로마를 글로만 배웠습니다. 


로마인들이 보인 관용과 타협, 포용의 원칙은 저 멀리 놔둔 채 우리같은 피정복민을 학대하고 차별하며 군림했습니다. 결국 비정상적인 폭압과 더불어 만세일계 일본민족의 우수성을 주창하던 일본제국이 망한건 어찌보면 필연이었지요.  이렇듯 어떠한 순혈주의와 그로 인한 유리천장 등 차별의 존재는 초기에는 구성원의 결집과 급격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다양한 구성원의 함의가 필요한 거대조직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제국이나 글로벌 기업 같은.. 그리고 이런 순혈주의의 대표주자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이죠.





3. 파란피


정기적 공채 시스템과 철저한 기수별 운영,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애사심 형성 프로그램 등등.. 신병교육대에서 충성스런 군인을 길러내듯 그들은 '파란 피 흐르는 삼성인' 으로 개조가 되게 됩니다밖에서는 전자로 대표되는 그룹이라 스마트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어느 조직보다 상명에 절대 복종하며 조직을 위한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죠..














4. 강요받은 창의 


여기에서부터 삼성은 공채출신이 움직이고, 핵심이라는 'Pride' 를 갖게 되고 자연히 경력직 입사자 등 그 밖의 사람들의 입지는 줄어들어 의견의 다양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더불어 그들은 무리한 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과제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되고.  64K DRAM을 만들기 위해 64Km를 뛰었던 전설같은 선배들의 업적을 보며 '더 짦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이루기를 강요 받습니다.





5. 한계 


이번에 문제가 된 설계의 잘못, 배터리의 잘못.. 등은 바로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공채의 순혈주의가 근간이었습니다.  파란피 집단의 일방적 시각에 의지하며 충분한 개발기간과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던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든 삼성그룹 전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걸 운도 실력이라 믿은 겁니다.





6. 의견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나 삼성SDI가 타사보다 역량이 없어서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애플과 같이 단지 몇 종의 스마트폰만 생산하며, 일 년이 넘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 할 수 있었다면,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실무자들의 의견이 표출되고 존중이라도 되었다면, 또한 선의의 비판자 그룹이 존재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노트7은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겁니다.







이제 삼성은 조직 내에 만연한 순혈주의에 비롯한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를 글로벌 기업 답게 과감히 띁어고쳐야 합니다. 공채 출신에겐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를 강요하며 밀어부치고 경력직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기회가 없다시피한, 그리고 노조 조차 인정하지 않는 다양성을 무시하는 방침은 세계적 기업의 유지를 더욱 어렵게 할 것입니다.







부디 삼성이 말년의 로마, 그리고 일본제국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본 글은 삼성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 "곧미남"님께서 직장생활연구소에 투고해 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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