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이미지에 대한 인사팀의 역할


회사 이미지 관리의 시작은 내부고객 관리다. 

 

어느 회사든 입사의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 모든 일에서 인사팀의 중요성이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회사의 문턱을 힘들게 넘어설 때부터 박차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사다. 인사팀은 처음과 마지막의 이미지를 전해 주기 때문이다. 경험이 비추어 보면 신입이건 경력자건 첫 출근한 날은 설렌 혹은 긴장으로 매우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보인다. 그 높은 긴장의 날 인사팀이 보이는 태도는 직급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경력직 첫 출근 날이었다

해당 팀에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나는 출근 후 텅 빈 회의실에서 1시간쯤 멍하니 앉아 있었다. 중간에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들어와서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사 담당자는 두 시간 만에 나타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나를 팀으로 안내했다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 이었다


찾아간 나의 팀의 일원은 모두 출장을 가고 없었다. 게다가 나의 자리는 수북한 샘플더미 안에 가려져 있었다. 그 때의 느낌은 마치 오랜 시간 찾는 이 하나 없이 잡초만 무성한 이름 모를 무덤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무덤에 내가 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빈 무덤 터에서 오가는 이의 측은한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길만을 무려 4일을 보냈다. 너무 뻘쭘해 전화한 인사팀은 해당 팀이 출장중이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그래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짧은 말만 전했다. 


경력직 이직의 경우 최종 입사가 확정되고 짧게는 일주일 혹은 길게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 동안 해당 팀의 스케줄을 확인해 출근 일을 당사자와 조율하는 건 인사팀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나의 새로운 팀장은 팀 전체가 해외 출장임을 인사팀에 알렸었다고 한다. 내가 겪은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은 그저 인사팀의 무관심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한참 후 느끼게 되었지만 이런 느슨한 인사팀의 업무방식은 비단 나에게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퇴사와 신규입사를 보면서 느낀 인사팀의 헐렁한 업무 방법이었다.

 

인사팀의 방만함은 비교적 대기업에 속한다는 회사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았다. 

실제로 매출을 일으키는 팀의 구성원의 평균은 9, 그 부서를 서포트 하는 팀은 무려 20명이 넘었다. 업무시간은 현업 매출 관련팀이 하루 12시간 정도인데 반해 지원부서는 8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매출 관련 팀의 업무는 과중해 졌고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로 조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지원 부서의 경우 근속년수가 약 5년이 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인사팀은 이런 경우 업무의 편중과, 주객이 전도된 인력 구조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이 현상은 지속됬고 현업에 시달리는 인력들은 먹히지도 않을 용기 대신 퇴사라는 쉬운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구조적 문제를 개인이 변화 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고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팀 내의 문제는 더 했다. 업무가 몰리며 야근이 잦아지니 팀장은 인사팀의 눈총이 싫어 야근수당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야근 시 식사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은 당연했다. 인사팀 에서는 야근 수당이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업무 불균형이 내부적으로 정리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씁쓸한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퇴사할 때 인사팀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이직을 4번 해본 나는 시작만큼 중요한 것은 마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좋은 마무리는 과거의 문제나 과오를 뛰어 넘어 더 개인을 더 발전하게 해 주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퇴직 희망자는 퇴직원을 쓰고 ID 카드를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인사 담당자와 면담을 한다. 그것이 회사의 퇴직 프로세스다. 떠나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가장 솔직해 지는 순간에 회사의 문제를 파악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퇴사 당시 나는 10년차였고 과장이었다. 하지만 퇴직의사를 밝힌 나와 면담을 진행한 인사 담당자는 입사 1년차인 신입사원 이었다. 물론 직급과 경력이 모든 것은 아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제 1년을 넘기며 회사의 문턱에 겨우 발자국을 남기는 신입이 10년차의 고충을 상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신입 인사담당과의 면담으로 무엇을 얼마나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까? 나는 과연 이 면담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그저 퇴사 프로세스의 한 부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속적인 퇴사 발생시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지속적인 퇴사는 지속적인 입사로 매꾸면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대체 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사람들로 대체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물이 줄줄 새는 댐을 막는데 힘 빠진 사람을 빼버리고 힘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퇴사자 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경험의 단절은 결국 팀의 Capability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생산성의 하락으로 마무리 된다. 절대로 승리할 수 없는 경기를 매일 하는 샘이다. 그리고 그 회사는 아직도 지는 경기만을 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무능력함 때문이었을까? 그 판단은 개개인의 생각이겠으나 나는 매우 단호하게 무능한 인사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부서에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과 개선안 도출은 관리 부서인 인사팀의 책임도 크다.  

축구팀이 계속 패하는 것이 선수의 문제라면 선수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축구팀 전체의 구조 문제라면 관리하는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


사안에서 인사팀의 영향력을 무시 할 수는 없다

개인을 다루는 가장 처음과 마지막의 이미지를만들어 내고 조직의 기본적인 틀과 문화를 만드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미지를 올리고 싶다면 내부 고객의 관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지만 한 두 명의 내부 불만족자는 다수의 외부 불만족자와 같은 파급력이 있다. 회사 이미지 광고 보다는 인사다운 인사가 필요하다. 외부의 이미지에만 치중하고 내부 조직원을 무시하는 인사는 조롱을 살 수 밖에 없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by Dr. son

본 글은 15년차 직장인 "꽃"님께서 직장생활연구소에 투고해 주신 글입니다.

직장생활연구소는 직장인 여러분의 건전한 울분어린 투고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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