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당신
- 직장생활/직장생활 칼럼
- 2013. 5. 7. 08:00
한 직장인은 일주일에 한 번씩 거지에게 지폐를 적선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거지가 고개를 들더니 직장인에게 말했다.
"선생님. 재작년엔 1만원 짜리를 주시더니 작년엔 오천원 짜리,
그리고 올해는 천원 짜리를 주시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직장인이 대답했다.
"사실 제가 그 동안 장가를 가고 애까지 생기는 바람에…."
거지가 화난 표정으로 되쏘았다.
"아니, 그럼 제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위의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참 경우도 없고 염치도 없는 거지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에게 일주일의 한번씩의 반복되는 적선은 어느 순간 그 호의는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어이없는 거지의 이야기처럼 당신이 속한 조직에서도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박대리는 입사 5년차로 영어를 잘하고 유능하고 결단력이 좋아 일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었다. 빠른 일처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다른 팀의 팀장에게나 본부장에게도 강점이 부각되어 부문 내에서도 발전가능성이 높은 직원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그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많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뚜렸한 그의 장점이었지만, 업무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그것 이었다. 처리한 업무의 겉만 보면 문제없이 처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한 꺼풀만 벗겨서 보면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그가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고 보니 그는 업무 중 조금이라고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유관부서 일을 처리해 달라고 일을 던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였기에 유관부서에는 선임이 없이 혼자 일하는 박대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업무를 도와 주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하나씩 둘씩 쌓이면서 그에게 어떤 특정한 일은 유관부서에서 처리해 주는 것으로 굳어지게 되어 버렸다. 나아가 결제를 올리는 등의 업무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는 업무마저 타 부서에서 해주기를 바라는 지경까지 되어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유관부서의 도움으로만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 모든 책임을 타 부서로까지 넘겨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관 부서들은 이제 업무가 익숙해 지고 팀에 후임도 들어왔으니 다시 그 일을 가져가라고 박대리에게 얘기했다. 그러나 그는 “그 업무는 당연히 A 팀에서 1년 동안 해온 것인데 왜 나보고 하라는 것이냐” 라며 업무에 대해 잘못된 선을 그어 버렸다. 업무를 호의로 도와 주었던 타 부서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 되었다. 박대리는 남에게 일 그리고 책임까지 떠 넘기고 자신은 대외적으로 일의 실행자가 되어 생색을 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유관 부서에서는 점점 불만이 많아지게 되어 더 이상은 간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그런 상황을 보고받은 타 부서의 팀장이 직접 박대리의 상무님께 보고를 하면서 그의 일 떠넘기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너의 일은 절대로 도와주지 않겠다는 싸늘한 피드백이 옵션으로 그에게 따라온 것 자명한 일이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 유관부서와의 협업시에는 명확한 <책임자 / 실행자 / 조언자> 등으로 업무를 구분하고 진행하는 것은 필수다. 이는 업무의 책임 소재와 진행자를 명확히 하여 효율적으로 업무분장을 하여 타 팀과 공동 작업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업무의 범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업무를 진행할 때 책임자와 실행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진행하는 것은 좋지않는 업무 습관이다.
박대리의 이야기가 비단 남의 이야기고 우리회사에도 저런 인간이 있는데 라며 웃어 넘겨 버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런 지능적 일 떠넘기기는 거의 모든 회사에 만연이 되어있다. 업무에 이팀 저팀을 끼워 넣고 일을 던져주고 나면 일의 진척이 되지않는 것에 대한 핑계거리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을 때 "현재 진척 상황이 이런데, 어떤 팀에서 일을 안넘겨 주어 아직 진행이 안되고 있다." 라는 아주 그럴듯한 변명으로 삼기에 좋기 때문이다. 모두를 늪으로 물고 늘어지는 이러한 늪귀신 작전은 프로젝트 진행시에 종종 나타난다. 만약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엎어져도 핑계거리가 많아서 좋고, 큰 문제가 생긴다면 연루된 사람들 모두가 나서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장인은 귀찮은 일은 남에게 넘겨 버리고 공은 자기것으로 가져가는 편안함의 유혹을 받는다. 내가 시작하여 진행한 업무에 필요에 의해 타인과 타부서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도움만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게 되고, 문제가 발생시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 습관처럼 될 수가 있다. 이런 업무 스타일은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이며, 모든 직장인 들이 스스로 빠지기 쉬운 유혹임을 자각하여 경계해야 한다. 내 업무의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업무야 말로 자신을 더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더 돌아보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도 어디서인가 받는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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