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26_ 꿈이 있었다. 그래서 떠날 수 있었다. 2



▶ 조종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예전에는 항공사에서 훈련을 시키던가, 공군에서 복무하다가 전역 후 조종사가 되었다. 또 대학에서 항공 운항과를 나오는 것도 방법이었다. 문이 넓지 않았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랬다. 몇 년 전부터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저가 항공사가 생기면서 조종사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부흥해서 사설 및 전문기관 비행교육원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미국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교육의 기회가 넓어졌다. 그러면서 조종사가 되려고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 통상적인 교육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나는 최근에 라이선스를 땄다.  2년 반이 걸렸다. 조금 오래 걸린 경우다. 한국에서는 통상 2년정도 걸리는 것 같다. 국내는 땅이 좁고 군 관련 항공 구역이 있어서 비행할 수 있는 폭도 적다. 물론 날씨의 영향도 있다. 미국에서 하면 1년으로 줄어든다. 우선 땅이 넓기에 비행 가능한 상공 자체가 넓고 캘리포니아 쪽은 날씨도 통상적으로 좋아서 그렇다. 비행의 장애가 적어서 그렇다.

 

▶ 돈은 얼마나 드나?

교육비 만으로는 팔천 만원이 넘은 것 같다. 교육받으면서 생활비까지 하면 일억이 넘는다. 길을 걷다가 자동차 판매장을 지나가면서 , 저 차 두 대를 내가 교육받는데 썼구나.’ 뭐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 교육 받은 기간에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포기한 기회비용까지 친다면 일억 칠천 만원을 쓴 거나 마찬가지다. 후회는 없나?

결론만 말하면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 우선 조종사 라이선스라는 큰 산을 하나 넘었고 2년의 교육과정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성장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2년이 지금 이 상황에서 후회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이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8부능선을 넘은 지금은 후회하는 단어는 없다. 하지만 과정상에서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 후회는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저축도 했을 거고 결혼도 할 수 있었을 거고 평온하고 평탄하게 살았을 텐데 나는 왜 지금 이 시골에 처박혀서 이 짓을 하고 있나 라는 후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괜히 회사를 그만뒀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주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 그랬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고 있고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조금은 불안정하구나 하는 상태일 때 그랬다. 동기들을 대리도 되고 회사에서 순차적으로 잘 나가는 것을 볼 때도 그랬다. 나는 왠지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사실 라이선스는 땄지만 배워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고 느끼기에 그런 것 같다. 지금도 대학생 때 아니 고등학교 수험생처럼 공부를 하고 있다. 조종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항공법, 지리, 지구과학, 항공기상, 비행원리 같은 것도 배워야 한다. 정말 훌륭한 조종사 교관을 보면 이런 이론들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 있다. 어떤 사람은 저 사람 머릿속을 끄집어 내면 비행기 한대가 나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지식이 방대한 사람도 만났다. 그들을 보면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 직업적 안정성과 연봉 때문에 조종사를 선택한 건 아닌가? 이런 삐딱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에 대신해서 물어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연봉은 ㅇㅇ자동차, ㅇㅇ전자 같은 대기업 수준이다. 직업적 안정성이라면 나는 마지막 회사인 공공기관이 더 나았을 것이다. 조종사를 다짐하게 된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꿈에서 시작된 거였다. 하지만 조종도 일이라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나도 교육 받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맑은 날씨에 하늘에 날아올라 하늘을 바라보면 가끔 눈물이 나기도 한다. 조종사를 택한 의미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비행은 행복, 아름다움 그런 단어 이상의 감정인 것 같다. 나는 하늘을 나는게 좋다.

 

▶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이겨냈나?

불안은 내 안에서부터 나와서 내가 먹이를 주고 키웠던 것 같다. 불안감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불안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생겼던 것 같다. 무언가 플러스로 가는 행동을 계속 하면서 이겨냈던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 하면서 나에게 맞는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하는 것이 방법이다. 라디오를 듣고, 긍정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책을 읽고 했던 것도 그 행동 중 나에게 맞는 것이었다. 솔직히 불안감을 이겨낸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불안감은 이겨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졌던 것 같다. 지금도 불안한 감정은 늘 있다. 불안감을 제어 혹은 관리한다 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내 경우는 현재의 나를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계속 생각했던 것이었다. 내가 지금 목표까지 가는 이 과정에 있으니 앞으로 이것 이것을 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왜 조종사가 되려고 했는가?’를 되새김질 했다. 한마디로 하면 목적을 생각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 그것이었다.







 


▶ 본인의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그저 하늘을 날고 싶었다.’ 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왜 조종사가 되고 싶지?’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여행을 갈 때 공항을 간다. 그 때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라서 이륙하는 순간 그 감정을 최고가 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그 셀렘을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조종사가 되고 싶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나는 하나의 선례가 되고 싶다. ‘잘나가는 직장 때려 치우고 꿈을 쫓아 가는 젊은이가 아니다. 그저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서 마침내 사람들의 셀레임을 완성시킨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당신 옆에 있을 법한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해서 인고의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뤄낸 그런 선례가 되고 싶다. 너무 잘난 사람들의 사례 말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작은,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례가 되고 싶다.

 

▶ 그럼 꿈을 현실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을 해 준다면?

대단한 건 없다. 머리 속의 상상 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글로 써보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나에게 더 필요한 능력, 하고 싶은 것,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그 일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것, 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생기는 장, 단점, 특히 내가 이루어야 하는 이유와 명분 등을 적어 봐야 한다.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하면 뒤죽박죽이 되고 정리가 안 된다. 써보길 바란다. 쓰다 보면 전략이 수립이 된다. 글로 써 봐야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언제 해야 할지,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깨닫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적으면 행동할 확률도 대단히 높아진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얘기고 다 안다고 생각하기에 무시하는 내용이다.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은 것 같다.

맞다. 많이 읽었다. 도움이 되는 것도 많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그저 합리적인 근거없이 막연한 희망과 긍정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라는 말이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 냉정해 져야 한다. 막연히 감성팔이, 개소리 라고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냉정해질 필요는 있다.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입해 보고 위안을 얻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만 막연한 위안은 그저 진통제일 뿐이다. 진통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아니라고 본다. 특히 청춘에게 하는 말들은 더욱 그렇다. 자신과 앞에 놓인 세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용기를 가지는 것이 시작된다.

 

▶ 이미 회사를 떠나서 꿈을 찾아 준비를 하고 있고 거의 목표에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회사 후배나 학교 후배들이 많이 물어 본다. ‘내 상황이 이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하는게 맞을 까요? 어떻게 할까요?’ 라는 것이 주요 질문이다. 내가 답을 내려 줄 수 있는 문제의 질문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Yes / No를 내려 줄 수도 있지만 답을 주지는 않는다. 좀 재수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정말 조종사를 하고 싶은 사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한 사람은 할까? 말까?’를 묻지 않는다. 그들의 질문은 다르다. “이 일을 하려는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해? 내가 이렇게 준비하려는데 부족한게 뭐지?” 이렇게 묻는다. 이미 그 사람들은 내면의 의지가 목표를 향하는 길로 가 있는 셈이다. 그 경우에는 답을 내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 경험이 정답은 아니기에 하나의 예시 차원에서 말해 준다.

 

▶ 우리는 왜 비슷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나? 좋은 학교 가려고 노력하고 좋은 회사 가려고 노력하고 그리고는 안 잘리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내쳐지고 다시 힘들게 자신을 찾는 과정을 거치는 것 말이다.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을 그렇게 받아 왔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하고 행동하는 것을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원하는 사고방식, 교육방식대로 주입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어릴 적에 가족여행을 갈 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아빠 속초까지 얼마나 걸려요? 어디가 막혀요?”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글쎄, 도로에 차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어떤 길로 갈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네가 질문하는 데에 답이 다 달라지지 않을까?” 라고 말씀하셨다. 즉 한국사회에서 늘 강요해왔던 정답만을 원하는 질문을 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되돌아보는 방식으로 대화를 했다. 그렇게 교육받아오면서 수동적이기 보다는 능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요즘 한국 사회는 교육부터 회사까지 윗사람들이 정답을 내 놓고 그냥 따라오기만 하라고 한다. 그러다가 일부는 화석처럼 회사에 굳어져 버리는 것을 선택한다. 또 다른 일부는 주체적인 삶을 위해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요즘 세상의 키워드는 혁신, 창의 등등인데, 한국 사회가 좀 더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려면 이러한 시스템과 사람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럼 주체적인 삶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WHY”. 당연한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더라도 왜 그래야 하지?’ 라고 질문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상식을 믿고 그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가 안 된다면 질문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정말 즐겁게 일했던 부서에서 팀장님이 그런 얘기를 했다. ‘넌 항상 왜 라는 질문을 해야 성장한다. 선배들이 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면 절대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성장하고 싶다면 항상 왜 라는 질문을 해라.’ 그 때 모시고 일했던 팀장님에게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신입 사원이 고참들이 일을 맡겼을 때 그걸 제가 왜 해야 되요?”라고 묻는 건 내가 말하는 왜가 아니다. 일을 명확히 파악하고 왜 나에게 이 일을 시켰을까?’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얼까?’ 라는 질문을 한 후에 답이 안 나오면 질문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질문을 할 때도 어휘 선택에 좀 더 신경을 써서 하면 좋을 듯 하다.

 

▶ 이십 대 후반, 삼십 대 후반의 경우 내 옆의 대리, 과장처럼 되고 싶지 않다 라는 말을 꼭 한다. 본인의 경우는 어땠나?

나도 힘들 때면 내 옆의 선배들을 봤다. 그리고 , 나도 여기 이렇게 있으면 저 사람과 비슷하게 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처럼 살지 않겠다라는 생각은 적었다. ‘그들은 저 삶은 선택했구나. 내가 선택해야 할 삶의 모습이 아니다. 그럼 나는 다른 삶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 안의 삶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즐겁게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또 승진하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만난 과장, 팀장 중에는 일에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며 멋지게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내가 반바지를 입는 것, 그는 청바지를 입는 것 같은 선택이다.  








 

▶ 요즘 일상은?

항공사에 지원을 한 상태다. 필기시험도 보고 패스해야 다음 면접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법규 및 운항 관련해서 탄탄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한차례의 시험을 보고 깨달은 건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계속 공부 중이다. 덧붙이자면, 조종사도 전문직이기 때문에 자기관리와 자기계발, 학습과 훈련을 끊임 없이 해야 한다. 조종사의 인생은 평가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 본인의 지금 선택이 잘했구나 하고 느꼈을 때는?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서 교관 동승 없이 비행을 하는 과정이 있다. 솔로 비행 (Solo Flight) 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을 홀로 마쳤을 때 희열 같은 것 느꼈다. 그리고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나서 내 선택에 자부심을 느꼈다. 물론 정식 조종사로 취업을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그것의 거의 80%까지 도달했다는 것에도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과정이라는 길을 걷는 중일 뿐이다.

 

▶ 보통 이 질문에 월요병이 없어졌다. 내 시간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한다. 상당히 목표 지향적인 것 같다.

. 그런가? 내가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란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목표를 세우고 퇴사 이후에 시간에 대해서 더 강박적이 되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는 점심 먹고 나면 늘어지고 쉬고 싶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목표가 생겼고 그것을 위해서 자투리 시간도 아껴 쓰게 되었다. 퇴사 이후에는 맘껏 늘어진 적이 없던 것 같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태함 속에 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휴식과 일에 대한 시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지금 취업이 엄청 힘들다. 본인은 그들이 그렇게 가려고 하는 좋은 회사를 나왔다.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명분 말이다. 내가 첫 번째 회사를 나와 두 번째 회사가 가기 직전, 한 선배가 얘기했던 것이 그것이다. “모든 일에는 자신만의 명분이 주어져야 한다.’ 라는 말이다. , 앞서 일하고 있는 부기장 선배도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 전,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얘기를 해준 적도 있다. 취업에 어떤 명분이 있는지 어떤 이유로 취업을 하려고 하는지 꼭 생각해 보고 글로 적어 봤으면 좋겠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 혹은 부모님이 원하니까. 아니면 지금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런 외부적인 이유 말고 진짜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라도 결론을 내려보길 바란다. 그 결론이 무엇이건 간에 결론이 나왔으면 그것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취업을 하더라도 막연한 취업이 아닌 명분 있는 취업이 될 것이다. 또 자신이 세운 그 명분을 면접 때 상황에 맞게 얘기한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로 전직 하려는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두려움을 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은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놓는 것에 대한 것이다. 그 두려움을 피하지 말고 마주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인데 . 이 나이에…’ 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삼심대 초반에 행동을 하고 있는데 내 또래 친구들이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KFC 할아버지가 육십이 넘어서 창업한 뻔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내 주위에도 서른 일곱에 회사에서 나와서 조종사 준비를 해서 마흔이 넘어서 조종사가 된 분도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무엇을 하기에 너무 늦었거나 빠른 시간은 없다고 믿는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십 대 초반을 나이가 먹은 상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 지금 회사에 있는데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Try Everything 이다. 삼십 대 초반이고 무언가 자신과 맞는 일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있다면 다른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그런 절박한 정신이 있는데 다단계 같은 헛일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찾을 수 있게 된다. 콩나물에 물이 스치듯이 아래로 떨어지지만 어떤 콩나물은 그 물을 움켜쥐고 성장한다. 경험이란 그런 것이다. 계획이 없다고 고민하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는게 나을 것 같다.

또 주변의 카더라 하는 예기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사짜들이 정말 많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도 못했으면서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그 해결책을 돈 주고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접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그가 내가 고민하는 것을 알려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큰 돈만 내면 말이다. 이런 사짜들의 너무 많은 정보는 사람을 흔들리게 만든다.

잊지 말기 바란다. 그 문제에 대해서 당신보다 더 많이 고민한 사람은 적다. 선배에서 동기에게 물어봐도 그들의 대답은 아주 일반적인 수준일 뿐이다. 나도 조종사 교육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 정말 황당한 이야기 들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 허위 사실들에 휩쓸려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결국 이루어 내는 사람은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자기 자리를 꾸준히 지키면서 끝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 본인만의 모토가 있다면?

마음가짐이 나의 세계를 만든다.’ 이다. 추가 비행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떠올랐다. 퇴사를 하던 이직을 하던 전직을 하던 혹은 창업을 하더라도 그 목표의 끝에는 개인의 행복이 있다. 하지만 개인의 세운 목표를 이룬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나도 퇴사를 하고 비행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고 마침내 라이센스를 땄다. 그리고 나서 행복한가 봤을 때 늘 항상 그러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퇴사를 하지 않고 회사에 있다고 해서 불행만 한 것도 아니다. 되게 늙다리 같은 말일 수 있는데 나의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느냐가 행복과 관련 있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도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이 아니기에 조심스럽다. 회사일, 퇴사, 이직, 전직, 창업, 실패, 좌절, 도전 어떤 선택이던 도망이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한 뼘의 용기면 된다. 그 말이 하고 싶다.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누구를 맹목적으로 닮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따라 하다가 나를 잃는 경우도 있다. 또 그의 방법이 나와 맞는 것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자신만의 길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 남을 카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기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증명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 "아직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라며 그는 인터뷰를 고사했다. 하지만 길을 걷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인터뷰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는 말문을 열었다.  그는 힘들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직업을 바꾸는 고생길을 시작했다. 길을 잃기도 했고 멈취서서 다시 돌아가려고도 했지만 목표와 꿈을 되새기며 버텨냈다.  벽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벽의 두께는 모두에게 다르다. 행동해야 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행동은 누구나 하지 않는다. 꿈을 지켜내고 불안을 이겨내고 행동했고 계속 전진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꿈이 있는 사람은 이미 한걸음 먼저 시작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가 부러웠다. 일 년 후 그를 다시 만나겠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회사를 떠난 사람들   kickthecompany.com by 손성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