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_봄바다를 시샘한 폭설과 만나다

속초_가족여행으로 봄바다를 만끽하러 떠났다가 겨울에게 혼쭐나고 돌아오다.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난 속초의 두번째 날은 온 세상이 하얗디 하얀색 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화이트의 물결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너무 좋았다. 콘도 테라스에서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모닝커피는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처형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 집에 어떻게 가지?"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날씨를 확인해 보니 동해안에는 벌써 3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이미 콘도 외부 주차장은 아수라장 이었다.
헛도는 바퀴소리에 삽질하는 사람들 차를 미는 사람들 체인을 설치하는 사람들,발만 구르는 사람들...

콘도내 매점으로 향했다. 체인이 있다. 구입하지는 않았다.
여기는 강원도 이다 --> 눈이 많이 온다 --> 재설이 잘 될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선 차부터 지하 주차장으로 넣고 생각하자.

이미 내린 눈은 40cm가 넘었다.삽으로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는 데만 한시간 반이 걸렸다.
눈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트렁크 부분은 두곳이나 긁어버렸다. 
모두 차를 빼야 했기에 눈을 멀리 떨어진 곳까지 버리고, 다른차를 밀어주고 하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린듯 하다.  입고 간 파카와 신발은 이미 흠뻑 젖어버렸다.

차를 겨우 지하 주차장에 넣고 다시 매점으로 향했지만, 이미 체인은 모두 동이나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속초 이마트에 전화를 해보니 그곳의 체인도 이미 Sold Out....

방법이 없다. 무조건 출발이다.
속초시내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면도로를 달릴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이렇게 아내와 예기도 해가며 동영상도 찍고 말이다.


체인이 없이 어떤 고개도 넘을 수 없었기에 선택한 길은 영동고속도로.
속초에서 강릉까지 가는데만 6시간이 걸렸다.
모든 차들은 움직이지도 않았고, 가끔 움직이는 순간도 얼고 있는 노면으로 인해 헛돌기 일수였다.



강원도 인제에서 운전병으로 군생활을 해본지라 왠만한 눈에는 겁도 안났는데,
나이를 먹고 가장이 되고 나니 뒷자석에 있는 아기와 아내를 생각하니 어깨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약 한시간 동안 눈앞 3미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섞인 눈이 내릴때에는 나도 모르게 핸들을 부여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이상한 현상까지 느껴보았다. 극도의 불안감 때문이었으리라.

강릉에서 겨우 올라탄 영동고속도로를 휴게소 한번 거치지 않고 달려서 도착한 서울은 새벽 1시30분 이었다.
무려 13시간동안 뒷좌석에서 잘 버텨준 아내와 두돌된 딸아이가 너무나 고마울 뿐이었다.
돌아와 뉴스를 보니 영동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겪다가 새벽 1시경에서나 정체가 풀렸다고 한다.

도착한 서울에는 내가 13시간이 걸려서 속초에서 이곳에 왔노라 라고 소리쳐도 들어줄 사람 하나없는듯
아무렇지도 않은 고요함과 눈결정하나 빗방울 하나 찾아볼 수가 적막함만 밤하늘에 퍼져 있었다.
 
이렇게 봄바다를 만끽하러 떠났던 여행은 다시찾아온 겨울에게 혼쭐만 나고 돌아왔다.
나 홀로 가상현실 "눈 밭을 뚫고 달려라" 편을 경험하고 온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울러,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보험을 들어놓듯이 혹시 모를 폭설을 대비해서 체인은 꼭 구비 하는것을 권한다. 군대에 있을때 한겨울 영하 10에서 체인을 수십번 쳐본 기술을 써먹지도 못한것은 아쉬울 다름이다.

PS.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의 3군단 사령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한 사람들은 댓글로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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