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17 _ 권고사직. 어둠속 인생 후반전의 스위치를 켜다.




 ▶ 자기 소개를

1968년 생, 48세 ㅇㅇㅇ 입니다. 작년에 ㅇㅇ회사에서 권고사직 후 현재는 잠시 쉬고 있습니다.

 

▶ 회사를 중심으로 경력에 대해 알려달라.

대학을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다가 선배의 권유로 작은 인테리어 회사를 첫 직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현장에서 일하는 업체였다. 3년간 가장 인테리어 업체의 현장 경험했다.  다시 옮긴 회사는 작은 주류 유통 회사였는데 한 달 만에 나왔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회사가 움직이고 합리성 결여된 회사였다. 그래서 대기업인 ㅇㅇ유통이라는 계열 회사에 1995년에 들어갔다. 슈퍼마켓체인을 하는 곳이었다.  당시에는 유통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 나름 유통 체인망이 70~80개는 되는 건실한 곳이었고 였다. 그곳에서 5년간 일하고 2000년에 ㅇㅇ이라는 유통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주로 했던 일은 매장의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상황과 필요에 맞는 집기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14년에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직장인 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기간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총 22년 이었다.

 

▶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내 일에서 만큼은 남에게 지기 싫어했었다. 

첫 회사에 들어가서 오래 있지 않아 사수가 회사를 떠났다. 그때부터 들어가는 회사마다 사수가 없이 스스로 버티고 이겨내야 했다. 20년 넘게 그러다 보니 점점 회사적응용 성격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보통 회사에서는 선임이 있고 그 사람을 따라가고 혼나기도 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때로는 나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기도 하는 존재가 사수다. 하지만 어느 차원에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사수가 없이 홀로 버텨 나가다 보니 그렇게 변한 것 같다. 보호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느낌, 그리고 혼자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느낌을 받다 보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 된 것 같다. 

 

▶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어땠나?

다른 사람의 평가도 독단적이라는 것이 많았다. 정말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 성격이 그렇게 굳어지다 보니 나는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었다.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윗사람들은 자기 말을 잘 안 들으니 싫어했던 것 같고 아랫사람은 원칙대로 행동하니 좋아했던 것 같다.

 

 

▶ 회사를 떠나고 회사에서 후회스러웠던 건 무언인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너무 모나게 행동했던 것이다. 회사, 그것도 대기업에서 오래 가려면 모나지 않아야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곳이 대기업이다. 좀 더 둥글둥글 하게 좋은게 좋은 거다고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으며 일했어야 했다. 나는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했다. 디자이너는 대중을 앞서가더라도 대중이 따라올 만큼 앞서가면서 늘 대중성 이라는 키워드를 안고 가야 한다. 회사에서 나는 독불장군 같은 한 명만 나를 알아줘도 된다고 생각한 화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회사생활을 하더라도 물에 물 탄 듯, 좋은게 좋은 것 이라며 비위 맞추며 대충 일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일했던 스타일이 회사에서는 마이너스라는 느낌이지 내 삶 전체로 보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가 지금까지 인생의 많은 부분이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후회라기 보다는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 상사와의 관계는 어땠나?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일단 일하는 부분에 대한 내가 생각하는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 그리고 윗사람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원했다. 이러니 좋을 가능성이 적었다. 여러 협력업체가 있었는데 자신과 가까운 업체를 원칙 없이 일을 주는 것 같아 참기 힘들었다. 원칙대로 협력업체를 대해야 협력업체도 납득하는데 그렇게 하면 점점 스스로 공신력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사가 쓰라고 한 업체를 쓰지 않고 원칙대로 선정한 우수한 업체에 일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상사가 좋게 생각할 리 없었다. 나름 최대한 공정하게 투명하게 업체에게 일을 주려고 했다.

 

▶ 상사와 트러블이 있는 것이 본인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보통의 경우 한 두번 얘기하고 상사가 듣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접고 상사의 말대로 따른다. 평가는 상사가 하기 때문이다.

맞다. 상사와 안 맞으면 나에게 손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잘되면 상사의 공이고 잘못되면 모두 내 탓이 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업무를 폐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내 업무 영역에 터치 하지 못하도록 잘 알려주지도 않고 업무를 꽉 쥐고 놔주지 않았다. 그 때부터 독단적으로 업무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 하나의 직위에서만 거의 10년 있었다. 승진을 못한 것 인가? 압박감은 없었나?

결론만 보면 그렇다. 내가 대리 말호봉 때 주임이었던 사람이 지금 부장이니 말이다. 승진을 못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도 매우 심했다. 그럴 때마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 말도 잘 듣고 융화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내 내 원칙대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독불장군처럼 일한 것이 되어 버렸다.





 

▶ 회사를 왜 그만두었나?

권고사직 이었다. 회사가 나에게 사직할 것을 권고했다. 결론은 나는 그것을 받아드렸다.

 

▶ 본인이 권고사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머리 속으로 생각해 본 적은 있다. 나도 40대 후반의 나이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 신문에 희망퇴직’, ‘권고사직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아내에게 우스개 소리로 이번 달 월급이 마지막 월급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이렇게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 힘들겠지만 얘기해 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 보면 충격을 받아 머리가 띵해지고 힘이 쭉 빠져서 후들거리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자리로 돌아와 그날 근무를 다 마치고 집에 가서 아내에게 얘기를 했다. 얘기를 듣고 퇴근 전까지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다.

 

▶ 권고사직의 과정을 알려 달라. TV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것 말고 진짜 얘기를 듣고 싶다.

우선 실제로 권고사직을 당하는 느낌은 뭐랄까한 마디로 처참하다.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나도 겪어보고야 알았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전문성을 가지고 해오던 일에서 다른 일로 보직이 변경 발령이 났다. 그 발령을 보고 혹시? 설마… ’ 하는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최초 통보를 받고 최종 결정까지 약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한 달 동안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면 많이 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어떤 날에는 내가 잠을 잘 필요가 있나?’ 하는 비통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3번의 면담을 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나의 최상위 상사로부터 였다. 업무시간에 전화가 와서 할 얘기가 있다고 회의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사람을 정리해야 한다. 그 대상을 선별한 몇 퍼센트 안에 당신이 선정 되었다. 일단 나는 놀랐고 일단 제안을 거부 했다.

두 번째 본부장 면담에서 당신이 선정된 이유를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가 말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승진을 오랫동안 못한 채 지금의 직위에 오래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비전이 없어 보이니 이번 권고사직을 기회로 회사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찾아 보는게 어떻겠냐?” 순화해서 언급했지만 이 때의 말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사무친다. 부하직원을 사직 권유하는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더 부드럽게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로 풀어나갔다면 사인을 했을텐데 말이다. 어찌보면 화가 나서 거부했던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인사 팀장과의 미팅이었다. 그 동안 마음을 추스리고 삶을 되돌아 보면서 맘을 굳혔다. 인사팀장과의 미팅은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최종 사인을 했다.


▶ 권고사직’에 권고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나?  

권고 사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권하는 것이다. 강제성은 없다. 내가 거부 할 수도 있다. 어디에도 강요란 말은 없고 누구도 강요라고 말하지 않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것보다도 더 힘든건 '내가 이 곳에서 쓸모없는 존재구나' 라는 느낌이다. 그것 만으로 충분히 압박이 된다. 

나도 회사에 초창기 맴버였고 15년 가량 일했기 때문에 아는 임원도 많았다. 그 임원에게 부탁을 해서 다른 부문에 자리를 만들어서 그 쪽으로 가는 것으로 확정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회의감이 미친 듯이 밀려 왔다. 내가 20년이 넘도록 해 왔던 전문성 있는 일을 떠나서 오로지 버티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이렇게 하면서 까지 내가 버텨야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또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우리 부문에서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심정이었다. 내가 살려고 남을 벼랑에서 밀어 버리면 지금은 당장은 잊겠지만 나의 노년에 혹은 죽을 때는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퇴사조건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아내도 동의 했다. 사실 위로금 받는 부분은 예민하지만 대단히 중요하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한 달이 끝나고 결정이 나고 아주 심하게 앓아 누웠다. 지독한 몸살에 시달렸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몸으로 터져 버린 것 같았다.

 

▶ 아내분은 처음에 권고사직 이야기를 듣고 뭐라고 얘기했나?

내 얘기를 듣고 처음 한 말은 …. 그 동안 수고했어였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내가 작지만 본인의 일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얘기했을 수도 있다.

 

진행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나는 권고사직을 받고서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얘기했다. 왜냐면 이미 권고사직 같은 중요 이슈는 회사에 소문이 돌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이미 다 아는데 내가 아무 말 안 하는 것이 웃길 것 같았다.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되고 나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알렸다. 물론 그 전까지는 쉬쉬하지만 대부분이 소문으로 알게 된다. 말을 안 할 뿐이다. 약간의 눈치만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말 했던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는 날은 어땠나?

첫 통보를 받고 최종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는 사인을 하기까지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리고 한 달 동안은 업무를 정리하고 인수인계 해 주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내 상사는 대충 전달했으면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차를 가지고 회사에 가서 짐을 꾸리고 나왔던 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정준하가 떠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와서 하늘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 아 이제 내가 적을 둘 곳이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였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손작가가 쓴 책의 중의적 표현처럼 나는 적을 둘 곳이 없는 무적 ()의 회사원이 되었다. 그만 두고서 한 두 달 정도는 신경이 굉장히 예민했었다. 아침에 눈을 떠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면 자유.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떠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것은 비참이다.





 

▶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적지 않은 나이에 떠났다. 두려움이나 공포감은 없었나?

처음에는 출근하지 않는 것에 적응하는데 좀 어려웠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나도 그만두면서 생각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일을 실행하지 않고 신중히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몸 상태 때문이었다. 22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원래 허리 디스크가 있었는데 다시 안 좋아졌고, 게다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림프종 위암이 발견되었다. 회사에 다닐 때 바쁘다는 이유로 검사에 소홀하다가 퇴사 후 여유를 가지고 검사를 받다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나니 회사를 떠나 쉬는 것이 잘 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최근 쉬고 있다 보니 체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 권고 사직 이후 1년이 넘게 지났다. 그 동안 무슨 일을 했나?

사직 이후 약 15개월이 지났다. 쉬면서 여행도 좀 했고 취미생활도 했다. 특히 안 좋아 졌던 몸을 위해 시간을 많이 보냈다. 다행히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 지고 있다. 

 

▶ 그럼 퇴직 후 좋은 점이 있다면?

우선 내가 내 몸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 동안 몸을 너무 막 다룬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근과 회식이 잦았고 지방 출장도 많아 몸을 챙길 시간도 없었다. 그 당시는 몸을 위한다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힘들도록 일해야 일을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바쁘고 빨리 일을 해야 해서 내시경은 못하고 위 조영술만 했었다. 쉬면서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고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찾게 되었다.

또한 권고사직의 조건이 아주 나쁜 것 만은 아니어서 그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년이 넘은 지금 이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 나도 그 때 조금의 목돈을 받고 나올걸 그랬다.” 하는 얘기도 했다.

가족 간의 관계가 나아지고 있는 것도 너무 좋다. 지금 고3인데 내가 기사 노릇 하면서 챙기고 있다. 예전의 사진을 보면 가족사진에 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도 출장에다 취미생활이다 하면서 가족의 희생을 강요했던 것 같다. 특히 아내가 나를 위해 포기했던 부분을 회사를 나오니 느낄 수 있었다. 아내와 관계가 아직도 좀 서먹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내인데 가장 미안하다. 힘들 수도 있지만 조금씩 그 부분을 회복해야 할 것 같다.

 

▶ 회사에서 계속 갑으로 업체에게 일을 주며 일을 했다. 떠나고 나니 어떠한가?

주위에 인간관계도 정리가 되어 좋다고 생각한다. 갑의 횡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회사에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들이 착각 하는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갑이 아니라 회사가 갑이라는 것이다. 갑과 을의 인간관계 중에 순수한 관계라고 본인이 생각해도 상황이 바뀌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적 인간관계가 끝나고 연락이 끊기는 것은 차라리 정상이다. 오히려 돌변하는 사람도 있더라. 나도 갑질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갑질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내 후배들은 지금 갖게 된 작은 힘이 회사가 입혀준 갑주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이 차라리 홀 가분 하다.

 

▶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회사에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떠난 것에 후회는 없는지?

후회는 없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난 선배를 만나서 물은 적이 있다. 형님은 관둘 때 어떤 느낌이 들어서 관두셨어요?” 선배는 그 때가 되면 느낌이 온다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이제는 내가 회사를 놓아야겠다. 떠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 버티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구나. 혹은 더 버텼다가 정신이 피폐해 지겠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니까 100% 후회는 없다고는 말 못한다. 아주 가끔은 월급 받고 시키는 일 할 때가 젤 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옳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22년간 회사 생활 동안 얻은 것이 있다면?

일단 돈이다. 그 동안 꾸준히 매달 같은 날 월급은 받은 건 정말 감사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 능력은 어떤가? 회사에서 얻은 것 아닌가?

글쎄 능력은 회사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내가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능력은 아주 적을 것이다. 실제로 20년 회사 생활해도 관리자로 오래 있으면서 실무 능력이 거의 전무한 사람도 많다. 직장인 들도 일하면서 알게 되고 배우는 것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그것을 정리하고 가공 편집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서 얻게 되는 것이 능력, 노하우 인 것 같다. 능력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주는 것이 아니다. 콩나물에 물이 스치면서 크는 것과 스치는 물을 콩나물이 꽉 움켜쥐면서 성장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 앞으로의 단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로는 창업을 할 생각은 없다. 예전에 미술관련 일을 하다가 많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자영업의 그 말할 수 없는 고단함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인테리어 관련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싶다. 어떤 회사에서 일을 요청하면 3~6개월 정도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 나이에 같은 직종으로 재 취업은 좀 힘들 것 같다. 개인적인 커리어가 유통회사의 인테리어 부분인데 유통회사의 성장이 정체, 쇠퇴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직장인들 중에 업무의 전문성 없이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만 해온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이 퇴직하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오히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유통, 인테리어, 집기만 해 왔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나가면 뭔가를 할 수가 없다. 전문성이라는 건 양날의 검 같다. 일반적인 일을 했던 사람들이 재 취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을 것 같다. 다만 대기업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중소기업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정상적으로 관리자 일을 잘 한 사람이라면 일의 앞과 뒤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일의 방향성을 잡고 길을 만드는 가이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기업 관리자는 가이드가 아닌 다그치고 채찍질만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문제 같다. 그렇게 채찍질 하고 푸시해서 성과를 뽑아 내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 첫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취준생 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큰 대기업이 복지와 사람들의 인식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는 비율은 매우 적다. 나도 5명 정도 밖에 없는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업무를 익혀 큰 회사로 옮긴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부터 목표를 대기업으로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작은 기업이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우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인력이 적다 보니 기회가 많고 노하우와 능력을 갖추고 좀 더 큰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가는 경우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다만 하고자 하는 바가 좀 뚜렸 했으면 좋겠다. 물론 회사에서 일을 하며 찾을 수도 있지만 가능한 미리 방향성이라도 찾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대기업만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직업 큐레이션 워너미: 경험하고 시작하세요>



▶ 희망퇴직 이런 거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는 39세의 김과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일이 닥칠 거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회사에서 잘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말고 오히려 끝까지 남겠다는 생각으로 더 일을 열심히 하고 능력을 더 쌓으면 좋겠다. 미래 걱정에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사람이라면, 희망퇴직, 권고사직 이런 것과 상관없이 따로 준비를 할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할 만큼 하려는 정말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회사를 그만둬도 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 지금 오늘 회사를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으로 떠나는 사람에게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를 전한다면?

마음이 심하게 지쳐 있고 몸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 것이다.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낫는 방법은 하나다. 충분히 바이러스와 싸우며 아픔을 겪어야 한다. 어느 정도 까지는 앓아야 낫는다. 그냥 그 감정과 상황을 느끼면서 동시에 조금은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던 것을 하나씩 내려 놓으며 작은 우울감도 느끼고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나도 일년이 지났지만 지금 어둠 속에서 작은 랜턴 하나를 겨우 켜고 좌우를 비춰보는 중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해 줄 것이다.

 

▶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2~3년도 안되어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직장 생활 2~3년 차가 가장 어려울 때다. 특히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내가 원하는 멋진 일은 아니고 단순한 업무만 하고 못 견디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가 문제인 것 같다. 당연히 신입들에게 단순한 것을 시킨다. 누가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주겠는가? 작은 일을 시켜 보면서 일을 대하는 됨됨이나 태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을 확인한다. 그러면서 가르치는 과정이다. 그래야 큰 일을 맡았을 때 그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공모전에 입상을 많이 했어도 회사의 일과는 다르다. 일 때문에 떠나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떠나면 좋을 것 같다.

 

▶ 만약 권고사직을 받을 당시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권고사직의 상황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작다. 마치 장기판에서 피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멍군을 받는 것과 같다. 외통수다. 버틴다고 해도 권고사직 대상자라는 것이 낙인처럼 나를 쫓아 다니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 저 친구는 권고사직 안 당할라고 열심히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 Offensive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나는 권고사직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나?

강한 질문이다. 그런데 그건 내 시선이 아니라 회사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회사 혹은 회사를 대표하는 누군가의 시선에는 내가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나는 그래도 싸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거의 없다. 꼭 말하고 싶은 것 하나는 떠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자존심을 밟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말하고 싶다.

 

▶ 지금 삶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70점이다. 30점이 모자란 이유는 아내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 말한 마디에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

 

▶ 본인에게 회사란?

그 동안 전부였던 것.

 

▶ 퇴사란?

진짜 인생을 위한 새롭고 험난한 시작.

 

▶ 지난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

나도 아직 삶의 방향성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기에 지금 이 시간을 겪어야만 하는 것 같다. 느낀 것이라면 물리적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중년을 넘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맨몸으로 적응하는 이 때에 물리적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1년에서 2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 조급하게 무언가를 하지 말고 자신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때 잘못된 결정을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나도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어두운 터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된 초년병이라 생각하고 나의 미래를 위해 재 설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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