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19 _ 서른살에 나를 찾고 창업의 바다로




▶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스페럴리스트'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퇴사 후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태화 입니다. 나이는 올해 서른 한살입니다.

 

▶ 대학교부터 회사까지의 간략한 커리어는?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모비스에 2012년 신입공채로 입사 했다. 구매본부에서 부품 개발 및 협력사 육성, 관리를 했다. 쉽게 말하면 협력사들과 프로세스에 맞게 신규 상품을 개발 및 공급하고, 협력사와 현대모비스가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의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일이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구매 개발 업무라고 칭했다. 3년간 근무 후 20153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나를 찾기 위한 질문, 기록


 

▶ 현대 모비스라는 회사는 왜 결정했나? 그냥 원서를 다 넣은 건가?

대학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처럼 진짜 나를 찾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했다. 아쉽게도 진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진 못했다.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회사는 없었다. 대신 내가 중요시하는 몇 가지 기준을 세웠고, 그 기준에 따라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현대모비스에 취업하게 되었다. 대신 부서를 정할 땐 나의 전공을 살리면서도 내가 평소에 갖고 있었던 생각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완전 다른 상황에 나를 던지고 싶었다.그렇게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나의 또 다른 부분을 새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나의 성향과 완전 다른 일을 하면서 나를 깨뜨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은 맘도 있었다.

 

▶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이었나? 회사 생활 3년은 판단하기에 좀 짧은것 아닌가?

직장상사가 말했던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성실하게 일하려고 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 책임을 지려고 했다. 솔직히 회사에 들어가면서도 이 회사가 나와 맞는 곳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꼭 자동차 업계에 가야지 하는 생각도 없었다. 내가 무얼 잘하는지 나와 맞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했지만 해답은 없었다. 아직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 아래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회사에 도전을 했고 합격했다. 일에 대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 봐야지만 그 일이 나와 맞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다가 생기는 힘듦이 사회 초년생이기에 당연히 겪게 되는 작은 생채기인지, 아니면 진짜 나와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것인지?’ 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일하려고 했다. 대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와 시야는 부족했던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말이다.

 

▶ 왜 회사를 그만뒀나?

대기업을 그만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앞뒤 사정을 잘라내고 대기업은 잘못된 곳이다. 사람을 부품처럼 함부로 대한다. 대기업을 나온 사람은 대단하다.’는 식의 메시지로 전해질 때가 있다. 대기업에 이런 선입견도 많은 것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경우 그런 건 아니었다. 업무량이 엄청 많았고 힘들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감사한 것도 많은 회사다. 그리고 내가 대단해서 회사를 나온 것도 아니고, 남아 있는 사람이 용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걷기 위해 회사를 나왔다. 회사 일에서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했다. 내가 의미를 느끼고 나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접점을 회사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평소 생활하며 느낀 사회적인 문제와 욕구가 있었다. 이걸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컸고 그 일에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일을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시간을 이 문제 해결에 쏟아보고 싶어서 그만뒀다.

 

▶ 파워 블로거다. 블로그는 어떤 의미인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벌써 거의 7년이 되었다. 나에게 블로그는 좋은 성장 파트너였다. 사람의 성장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일기를 쓰듯이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기록을 남기다 보니 때로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속 그렇게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들의 흔적들을 남기다 보니 쌓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파워 블로거 라는 타이틀도 얻었고 많은 구독자도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 나는 주제를 잡기가 힘들었다.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나라는 사람자체를 주제로 삼자고 생각했다. 생 각과 행동의 흔적들을 담기 시작하면서 나의 관심사와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되어 주었다.






 

▶ 블로그 관련된 책도 썻다. 왜 책을 썻나?

책을 어떤 수단이나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독자 입장 말고 나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잘 아는 블로그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책이나 강연, 언론에서는 블로그를 기업의 마케팅의 수단이나 판매를 촉진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개인적인 성장의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블로그는 평범한 개인도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미디어 채널로 시작되었다. 그런 블로그의 본질과 개인의 성장과 가치의 극대화를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썼다.

 

▶ 혹시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어떤 것이 있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Start with Way)” 라는 책이 좋았다.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돌았던 생각의 조각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또 이 책을 통해서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또 한 권 얘기 하자면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항상 잘 정리되어 있고 준비된 상태로 살아야만 하는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르바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의 성향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무언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 회사가 너무 싫어서 욕하면서 떠난 건 아닌 것 같다. 가장 많이 배운 건 무언가?

행동하는 것의 힘을 배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계획을 세우고 경우의 수를 따지고 전략까지 완벽해 져야 움직이는 스타일 이다. 그래서 실행력이 조금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주부터 현대라는 그룹 자체의 DNA에도 녹아 있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실행하고 부딪히고 그러면서 다시 행동전략을 짜고 다시 부딪히는 것의 힘을 알게 되었다. 생각만 하다가 때를 놓치면 안 된다. 나의 성향과는 다르지만 즉각 반응하며 어려운 일을 돌파하는 것, 뛰면서 생각하는 것이 맞을 때도 많다는 것도 배웠던 것 같다.

 

▶ 회사 일을 하면서 지금의 일을 얼마나 준비했나?

원하는 만큼의 철저한 준비는 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문서로 옮겨보고 사람들에게서 내 생각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의 일은 평소 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던 일이라 정확한 시점을 따지긴 어렵지만, 굳이 따지자면 회사를 떠나기 6개월 전부터는 기획서를 준비 했던 것 같다.

 

▶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내 옆자리의 저 선배처럼 되기 싫어서회사를 떠났다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의 경우는 어땠나?

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명확히 다른 것이 있었기 때문에 떠났다. 남의 모습이 참고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었다. 내 선택의 기준은 내 안에서 나와야 한다.

 


직장인 자기계발? 나를 찾는 방법?

Write – Small Act – Review  (기록 행동 성찰)


 

▶ 직장인에게 진짜 필요한 자기계발은 뭐라고 생각하나?

수많은 언론에서 직장인들에게 자기계발을 외치고 있다. 보통 영어공부나 자격증인 경우가 많다. 다 좋은 활동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경우 자기계발에 '자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다들 하고 있으니까, 외부에서 하라고 하니깐 억지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기계발이 아니라 강박증이 된다. 자기계발의 시작은 자기로부터 나와야 한다. 자기 자신을 찾고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자기계발의 출발점 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직장인 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찾지 못한다. 시도를 하다가 회사일에 치여서 결국 포기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을 아는 것을 엄청나게 큰 숙제 라고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할 것 같다. 하더라도 금새 지친다. 시위를 당겨서 단번에 명중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시간, 며칠 동안 고민해서 나를 찾을 수는 없다.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나에 대한 단서와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짧게 얘기한다면 나에 대한 일기를 쓰거나, 하루에 하나씩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적어 보던가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년이 지나서 그 흔적들을 모아보면 공통된 부분, 많이 언급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면 좋겠다.

이런 일을 해 보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던 일 등을 적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것들은 작게라도 행동해 보기를 권한다. ‘에베레스트 산에 가보고 싶다고 적었다면 동네 산 정상에라도 올라보면 된다. 규모는 작더라도 적은 것에 대해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짧게 말하면 위에 말한 것을 반드시 시간을 내서 기록한 후, 작게라도 경험해 보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 보는 거다. 이게 정답은 절대 아니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창업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대학교 때부터 계속 고민하고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수업보다는 교육, 세미나, 강연 등에 관심이 많았다. 10년 동안 강연, 세미나, 교육 등을 찾아 다니다 보니 그런 정보들을 알 수 있는 노하우가 쌓였다. 그런데 강연 등에 다녀와서 블로그나 SNS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어떻게 그런 강연을 알게 되었는지?, 강연이 있다고 미리 좀 알려주지…” 라는 댓글을 많이 남긴다. 참가 의사가 있음에도 정보가 없어서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강연을 기획하는 사람은 참가자를 모으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 자신에게 딱 맞고 꼭 필요한 강연 정보를 원하는 사람과 모객을 하려는 사람의 접점을 넓혀서 둘 모두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전하는 일이라 큰 의미를 느낀다. 




▶ 사람들이 필요로 배움을 제대로 연결해 주는 모델인 것 같다.

지금 준비하는 서비스의 이름은 포텐업 (Potenup) 이다. (https://www.facebook.com/410up)  개인의 잠재력을 올바른 교육을 통해 폭발시켜 주겠다는 의미다. 포텐업은 강연업계의 쿠차’라고 할수 있다.  모임, 강연의 개설자 입장이 아니라 그 모임 강연을 참가하려는 사람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교육, 배움의 정보를 내가 원하는 것만 한눈에 한꺼번에 확인하고 싶다.’라는 욕구를 채워주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배움,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20162월 혹은 3월에 Beta 서비스를 런칭 할 예정이다. 아직 매출은 없다.

 

▶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팀 빌딩 이다.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는 일이 쉽지가 않다. 지금은 운이 좋게도 좋은 멤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엔 원래부터 알던 멤버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멤버도 있다. 예전에 블로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 라는 대략적인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을 읽고 나를 믿고 함께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예전부터 생각한 나의 글을 보고 나와 뜻을 같이 하기로 하고 찾아와서 나와 한 팀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개발, 디자인 등 현재 필요한 직능에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팀원의 평균나이는 29세로 젊다. 사람을 만나게 된 매개는 어떻게 보면 나의 글 이었다. 내 글을 읽고 이 사람은 믿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나의 글을 보고 나를 믿고 와준 사람들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폭탄 돌리기 vs 블록 쌓기


 

▶ 회사원으로 사원이었던 모습과 지금 이끌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다른 것 같은가?

가족 오락관에서 폭탄 돌리기 게임이 생각난다. 곧 폭탄은 터지는데 나한테서 터지느냐, 아니면 남에게서 터지느냐가 관건이다. 사원으로서 회사 일은 곧 터질 폭탄을 빨리 빨리 처리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서 내 일을 준비하는 지금은 좀 성격이 다른 게임이다. 내일을 하는 지금은 내가 만든 설계도를 가지고 레고블럭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같다. 폭탄이나 블록을 모두 일이라고 치자면 회사에서의 폭탄은 빨리 쳐내야 했고, 지금은 내가 블록을 끌어와서 원하는 모양을 맞추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 퇴사 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

두려움에 대한 질문은 많이 받았다. 물론 두렵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회사에 있으면서 나랑 맞지 않는 일인데…’ 하며 불평,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시간만 보내며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더 두려웠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두려움은 있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두렵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아무런 배움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나태하고 게으른 태도로 인해, 좀 더 도전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렵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진짜 최선을 다했다면 최소한 그 경험은 온전히 내 재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서른 한살이면 아직 젊은 나이다. 물론 지금은 계속 준비단계도 특별한 결과물은 없지만,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당장 들어오지 않는 월급보다 더 큰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두려움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그 두려움의 종류가 조금 다른 것 같다.

 

▶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에 후회는 없나?

아쉬움은 조금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퇴사 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성장 시키는 일에 조금 더 투자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시간이던 돈이던 간에 말이다.또 회사에서 내 업무 외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조금 더 배울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퇴사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 삶의 모토나 좌우명이 있다면?

스스로를 감동시켜라. 카톡 프로필에도 그렇게 써 놨다.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한다.’ 라고 하지만 스스로가 감동할 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남이 보고 평가하는 것 말고 스스로 감동할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큰 결단을 내린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내가 수고했다고 말할 만큼 감동할 만큼 그렇게 살고 싶다.

 

▶ 만약에 일년 후에 지금 하는 일이 잘 안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년 후에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이 일을 진행 할 것 같다. 피버팅으로 서비스 모델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한번 안 된다고 접고 싶은 맘은 없다. 회사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회사로 돌아간다면 이 일을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식비, 거주비만 해결 할 수 있을 만큼 번다면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 취업이 징글징글 하게 어렵다. 지금 취업을 준비중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떤 회사에 들어갈까? 어떤 일을 할까? 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면 답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회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내가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을 먼저 했으면 좋겠다. 물론 당장 취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면 현실적인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밥벌이도 못하면서 선비처럼 고민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내 삶의 목적의식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사실 회사는 바뀐다. 이직도 한다. 그리고 직업도 바뀔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더 그렇게 될 것이다. 지나치게 회사만 바라보면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면 삶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운신의 폭이 훨씬 넓을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사람들은 성장시키는 일을 하겠다.’라는 목적의식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해 진다. 사람을 가르치는 교육자, 교육기자재를 만드는 상품 기획자, 기업가, 또는 멘토, 컨설턴트 이렇게 다양해 진다. 단지 무엇, What, 회사만 바라보고 있다면 선택이 어려울 것이다. 조금 넓게 이유 생각하면 좋겠다.

 

▶ 최근 두산 인프라 코어를 보듯이 젊은 나이에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원하지 않게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열쇠를 개인에게만 둘 순 없다. 사회적인 환경과 시스템이 문제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 그 친구들의 노력이 부족해서도, 그들에게 잘못이 있어서도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황이 바뀐 것이다. 그것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저 아쉬워만 해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 정말 힘든 상황이지만, 결국 해결의 열쇠는 본인에게 둬야 한다. 솔직히 이렇게 구조조정 하는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 같다. 개인 혼자서 시스템을 바꿀 힘이 없다면 현재 상황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런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땅을 디뎌야만 걷거나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이 없다고? 계속 실험하라.

 


▶ 회사를 떠나는 것이 정답인가?

아니다. ‘회사를 떠날까 or 말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회사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회사를 떠나는 것만은 답은 아닌 것 같다. 회사 안에서 더 빛이 나는 사람도 분명히 있고 회사에서 조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건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그만 둬야지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어라고 생각하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에 고민해 보고 떠나기로 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실험을 해 봤으면 좋겠다. 그냥 이 따위 회사 떠나고 싶다.’라는 불평 말고 더 나아가 그럼 떠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로 생각을 길게 늘여 보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것들을 실제로 해보면 좋겠다. 강연을 듣거나 배우거나 실제로 해보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나 작은 장점들을 좀더 길고 깊게 파보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막연히 책을 쓰고 싶다.’늘 늘여나가서 25페이지 정도의 글을 써보고 이북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 이직, 전직을 생각한다면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 찾아서 만나 본다던가 하는 것도 그렇다. 인생의 작은 실험들을 많이 해야지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 회사를 떠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르는데, 주체성이 필요할 것 같다.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일 것 이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가 회사를 떠나면 갑작스런 자유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면서 후회하고 그 하루가 쌓여서 일년을 그냥 허송세월 하는 사람도 봤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에서는 바쁘다 보니 짬이 생기면 그것을 정말 알차게 내 시간으로 썼다. 그런데 하루가 통째로 생기니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고 허투루 보낸 시간이 많았다. 나도 회사라는 시스템 쳐 놓은 규율에 익숙한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을 자율적으로 통제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나태한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외부에서 통제를 받는 것을 떠나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생기는 것 같다.

 

▶ 회사 생활 동안의 의미와 퇴사 후 잃게 된 것은?

사람들은 약점보다 강점을 키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강점이 커지려는 걸 발목잡고 있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면 그건 제거해주는 게 좋다. 나의 직장생활은 나의 강점을 더 키우기 위해 그런 약점을 없애는 기간이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안될 거라 생각했지만 일단 들이대 보고, 나와 완전 다른 사람들도 상대해 보고 거친 상황도 겪어보았다. 그런 과정에서 성격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었다.

잃은 것이 있다면 다달이 나오던 월급.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주던 회사라는 브랜드를 잃었다.

 

▶ 회사의 삶, 그리고 회사를 떠난 삶에 점수를 매긴다면?

지금의 삶은 약 50점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애착이 크다. 회사를 떠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목표를 높게 잡았기에 점수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특별히 심심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항상 무언가를 하고 성장하려는 사람이었다. 회사 생활할 때는 40점 정도다.

 

▶ 본인이 만들고 싶은 조직은 어떤 곳인가?

내가 만든 회사의 조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서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너무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조직원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직원이 회사 안에서도 즐겁게 일하고 회사를 떠나서도 스스로 설수 있는 힘을 갖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세상 모든 직장인은 이미 충분히 고생 많이 하고 있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주변에서 이거해라, 저거해라요구가 너무 많다. 그러면서 , 내가 무언가를 안하고 있구나, 이거 끝나면 바로 이걸 해야 하는 구나라며 자괴감과 지나친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고생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주위에서 많이 봤다.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같은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평범해 보이는 직장인 한명 한명이 모두 의미있고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  회사생활 3, 서른 살, 아직 무언가를 판단하기에는 짧은 시간,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인터뷰 10분 후. 이런 생각을 한것이 창피했다. 그의 눈빛은 또렸했고 말은 부드러웠지만 가볍지 않았다. 자신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직접 경험했던 분야의 Pain Point를 해결하고 싶다는 말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자신만의 명확한 생각, 가치관, 주체적인 믿음. 그것을 가지고 액션플랜까지 세우고 회사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일견 부럽기까지 했다. 그의 서른 살의 모습에서 생각의 깊이가 얕았던 나의 서른 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꾸준히 오랜 시간 노력한 후 주체적으로 새로운 도전의 길을 떠난 청년의 모습은 이미 아름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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