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1_ 주도적 1인 기업가 오병곤

2015년 2월의 첫 월요일.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오병곤 작가님 입니다.

 

▶회사 (1993년~2012년, 총 20년)

: IT 기획 비즈니스 솔루션 개발 전문가,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

 조직원 경력개발, 교육 진행

 

▶회사를 떠나서 (2012년~2015년, 총 4년)

: 6권의 책을 낸 작가, 책 쓰기 코치, 오병곤 자기경영 아카데미 소장.

 대표저서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단도직입 적으로 묻고 싶다. 왜 회사를 그만 두었는가?

IMF를 회사 안에서 겪으면서 회사의 의도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 지루하고 힘들었고 매우 아픈 기억이 있다. 인터뷰로는 말하기 힘들만큼 직장을 떠나며 처참한 고통을 겪는 사람을 직접 목도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 얻은 진리는 “조직은 절대로 개인을 케어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떠밀려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오겠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또 하나는 스승이신 (故)구본형 선생을 오랜 시간 지켜 보면서 직장을 떠나서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수 있구나 라는 희망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IT 개발자가 되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흔히 말하는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이었다.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1999년에 공황장애가 왔다. 지금이야 알려진 병이지만, 그 때만 해도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 여려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병명을 알았다. 불안이 너무 심해서 출 퇴근을 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공황장애를 품고 그 후 4~5년간 꾸준히 기수련을 하며 완치가 되었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 인생을 정말 모두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 책을 6권이나 낸 작가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원래 “책을 쓸 수 있다. 쓸 것이다” 라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지내면서 나와 남을 위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첫 번째 책인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 보고서>이다. 책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 책은 나의 고민, 내 목안에 오랫동안 끼여 있어서 나를 괴롭히던 가시를 제거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었다. 오랜 고민의 결과로 책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첫 책이 소중한 이유는 내 이름으로 첫 책이 나왔다는 환희와 같은 소위 “뽕맛” 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작가라는 칭호가 여전히 어색하다. 진짜 작가는 외로운 사람이고 글을 매개로 삶과 투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썼지만 작가라는 이름은 어색하다. 글은 평생 쓸 것이다. 왜냐면 글쓰기를 통해 평생 현직으로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것은 개인에게 가장 큰 공부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고 배우고 그리고 또 다른 세계를 열어 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음 책은 “엔지니어를 위한 인문학 공부법”에 관해 쓸 것이다.

 

▶회사를 떠나기 3년전, 작가님은 어떤 준비를 하셨나? 나이로 보면 일반 회사의 임원급인데?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상과도 많이 내서 잘나갔었고 임원이 되려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임원은 실력과 정치력, 운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내 경우는 운이 조금 없었다. 회사에서 크게 아프고 난 이후에 몸을 겨우 추스른 후 공부에 매진했다. 일년이 넘는 시간을 평일 밤과 주말을 온전히 포기하고 도전을 했다. 그리고 업계 최고의 자격증인 기술사 자격을 딸 수 있었다.

 

▶직설적으로 묻고 싶다. 회사를 떠나서 벌이는 얼마나 되나? 돈을 얼마나 버나?

 

회사를 떠나기 전 3년도 중요하지만 떠난 이후 3년도 중요하다. 회사 이후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착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연착륙을 준비를 했기에 나오고 나서 일년 정도 되니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벌 수 있었다. (웃음)

 

▶회사를 떠나기 전에 필수로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세가지를 역량을 갖추고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주도성 이다. 직장인 스스로 일을 찾아서 진행하고 결과를 내는 힘이 약하다. 아예 없는 사람도 많다. 남이 시키는 것이 아닌 내가 내 삶을 이끌고 살아가는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둘째는 전문성 이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나와 야생으로 떨어져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인정받을 수준의 능력과 필살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학위, 라이선스, 혹은 책 저술 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인간관계의 Pool을 만들어 놓는것이다. 

회사에서 만난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과의 관계가 회사 안에서 끝나면 그건 의미가 없다. 회사를 나와서도 나를 믿고 나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 회사 밖에서 나의 고객, 후원자, 팬이 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최소 20명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얘기치 않을 때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보낸 회사 사람이 당신의 능력과 일하는 수준에 대해서 가장 잘아는 사람 아닌가?

 

▶”회사 안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 동의하나?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밖에 나오기 전에 준비 안된 채로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얘기한다. 밖은 허허벌판이다. 온실 속에 있다가 야생으로 나오려면 준비는 필수다. 준비된 자만이 세상이 건네주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까 말한 주도성, 전문성, 인간관계는 필수다.

 

하나 더 꼽자면 재무적 계획도 것도 중요하다. 최소 1년은 벌이 없이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황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먹고 살지에 대한 직업 설계가 필요하다. 직장에 있을 때 파일럿을 해 봐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빨리 출시하고 피드백 받고 수정하고 다시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나가서 당황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동의도 중요하다. 우선은 내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있어야 가족도 불안해 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가장 최초이자 까다로운 고객인 아내를 설득해야 한다. 사방에 적군인 상황에서 반드시 아내는 100% 우군이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준비 없이 회사를 떠나서는 안 된다.

 

▶힘들게 회사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 저기 옮기다가 준비 없이 나와서 커리어가 망가지고 소위 “직업객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시행착오는 좋다. 회사 가기 전에 자신의 길을 못 찾았다면 방황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직장생활 자체가 싫어서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반대다. 직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먹고 살려고 다니는 것뿐 아니라 배우는 공간일 수 있다. 일하고 깨지고 보고서 쓰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배움이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바닥에서 박박 최소 3년은 기어보길 바란다.

신입은 전문성이 없다. 신입의 일은 태도다. 솔직히 신입 때 어떤 일을 하던 거기서 무엇이라도 배우기를 바란다.

 

▶요즘 학생들 중 일부는 기성세대에 냉소적이다. 당신들 때는 그래도 회사에 쉽게 들어가지 않았냐? 라고 한다. 어른들 얘기하면 받아들이지 않고 소위 “꼰대” 같은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과거세대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내가 겪었던 청년의 때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탓으로만 모든 것을 돌리면 오히려 인생자체가 더 깊은 수렁으로 갈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아니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스펙만 쌓고 높은 벽에 부딪히는 것 같다.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가 생각하는 길이 있다. 예를 들면 몇 살 되면 취직해야 하고 몇 살 되면 결혼해야 하고 이런 것 말이다. 여기서 벗어나면 불안해하는 청년들도 많고 실제로 사회도 그렇다. 해주고 싶은 말은?

 

삶의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학생 때 공부 열심히 하란 말, 좋은 직장 가서 열심히 일하란 말, 버티라는 말. 그 고정 관념의 끝은 뭔가? 그 길의 끝은 거기다. 그 다음은 뭐냐?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속도로만 길이 아니다. 가리워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만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찾아서 그 길을 파고 걸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할 것이다.

원래 삶 자체가 불확실한 것이다. 정해진 삶은 어디에도 없다. 그 통과의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 통과의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사회라는 기준에서 떠밀려 갈 필요는 없다. 각자의 성공의 기준이 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성공일 필요는 없다. 각자의 기준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회사 들어가서 3년쯤 되면 모두들 떠나고 싶어한다. 왜? 자기가 생각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쯤 되면 또 그렇게 생각한다.

사회가 주어진 사이클에 들어가면 똑같은 길을 걷고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남들의 기준을 자신의 가치로 삼지 않아도 된다.

 

세계적인 신화 학자인 조셉 캠벨은 미국 대공황시절 우드스탁 숲에 들어가 5년간 원하는 공부만 했다. 자신의 책상 밑에 1달러를 넣어두고 “나는 아직 1달러가 있으니 괜찮다.” 라고 말했다. 그의 책에서 회고하기를 그렇게 공부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나도 젊은 날로 간다면 그리 해 보고 싶다. 중, 고, 대학교 시절에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 보고 진정성 있게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은 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는 모르고 지난 후에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가 남 탓을 하게 만들고 분노를 쌓게 만드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건전한 분노가 아닌 것이 아깝다. 분노의 대상이 국가나 정부인데 행동은 없다. 분노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는 왜 분노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구본형 선생님의 제자다. 어떤 분으로 기억하시는가?

 

유고집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도 참여 후기에도 적었다. 그는 글과 삶이 일치하는 분이셨다.인문학적인 통찰력이 아주 크신 분이었다. 삶 자체가 글인 분이셨고 무엇보다 사려 깊은 분이었다. 글과 삶이 일치 하지 않는 삶은 사기다. 나도 책 쓰기 코칭을 하지만 단기 코칭에 천 만원씩을 받고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일 주일에 강의도 3개 이상하지 않고 책도 일년에 한 권 정도만 쓰셨다. 책을 시류에 맞게 찍어내는 사람과는 달랐다. 책은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5년후 오병곤의 모습은?

 

포트폴리오 인생을 꿈꾼다. 일주일에 3일 열심히 일하고 2일 개인적으로 하고픈 일을 하고 2일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삶이 그것이다. (웃음)

앞으로 그릴 꿈은 1인 기업가들의 Network을 만들고 그 허브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1인 기업가들이 자립하고 연대하여 세상에 더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직장인들의 대안모델로 1인기업가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인 “터닝포인트 스쿨”도 확대할 것이다. 나아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퇴직 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

▶▶ 오병곤 작가님은 IMF의 시련과 고통을 회사라는 조직안에서 온몸으로 맞서 겪고 이겨낸 아버지 세대의 대표

       다.  달리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근간을 만든 세대다. 주체적인 마인드와 전문성으로 회사를 떠난 이후의

       삶도 주인공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5년 후 대한민국 1인 기업의 대표주자로 만날 날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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