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소개
저는 감정평가사 일을 4 년째 하고 있는 정우진 입니다 . 1977년 생 입니다.
▶ 회사 중심으로 커리어를 소개해 달라 .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해서 그 쪽 분야로 가기 위해 2003 년 제일모직에 입사 했다 . 3 년 정도 다니다가 ‘ 신세계인터네셔널 ’ 이라는 해외 의류 수입 바잉 쪽에서 일했다 . 약 1 년 반정도 일을 하다가 2008 년 하반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감정평가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 그리고 2011 년 겨울에 합격 후 지금까지 감정평가사 일을 하고 있다 .
▶ 서울대 의류학과는 김태희씨가 나온 곳이다 . 본적 있는가 ?
많이는 못 봤다 . 그녀가 99 학번인데 내가 99 년에 군대를 갔기 때문이다 .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친 적은 있다 . 예쁜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 작고 귀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
▶ 첫 직장이 패션회사인 제일모직이다 . 패션업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
패션업과 잘 맞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 졸업시즌이 되었고 회사에서 리크루팅을 나왔고 해서 자연스럽게 상담하고 아이디 받고 진행 했었다 . 의류학과니까 당연히 패션회사에 가야 한다고 생각 했었던 것 같다 .
▶ 제일모직에서 신세계 인터내셔날로 이직한 이유는 ?
제일모직은 수입보다는 국내 브랜드 중심의 기획 , 생산 , 유통 중심이었다 . 의류학과 출신은 해외 명품 수입 브랜드의 바잉에 관심과 로망이 있다 . 나 또한 그랬다 . 그런데 거기에 자리가 났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지원을 하게 되었다 . 우연찮게 좋은 계기로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하고 옮기게 된 것은 아니었다 .
▶ 신세계 인터내셔날에서 수입정장 브랜드 일을 했었다 . 퇴사하게 된 이유는 뭔가 ?
다양한 이유가 있다 . 일단 내가 생각했던 일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많았다 . 오직 바잉 자체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 다른 회사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바잉 MD 도 거의 만능으로 생산만 빼고 모든 일을 해야 했다 . 수입 바잉 뿐 아니라 판매 이후의 AS 까지도 책임을 져야 했다 . 그런 것들로 육체적으로 지쳤고 하루하루 매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 그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었다 . 스트레스가 절대 매듭지어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그 느낌은 참 힘들었다 .
▶ 결국은 패션회사를 떠났다 . 지금 돌이켜 보면 패션업과 잘 맞았다고 할 수 있나 ?
사무실에만 얽매여 있지 않고 활동적인 일을 하는 점에서는 맞았다 . 패션쪽은 대학 때 전공을 할 만큼 관심이 있었던 분야였다 . 그런데 그것이 일이 되고 일을 해야 하니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일도 생겼고 업무적으로 그런 것들이 나와 정확히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
▶ 패션회사에 있을 때 사원 , 대리급이었는데도 매출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
과장급 이상 올라가면 물론 더 느낄 것이다 . 사원 대리급에서도 선임 과장들의 푸시라든가 스스로 숫자를 보고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다 . 매출이 안 나와서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것을 내가 챙겨야 하는 주체라는 것이 힘들었다 .
▶ 회사를 왜 그만 둔건가 ? 감정평가사가 맞는다고 생각해서 인가 ? , 회사가 안 맞아서 그런 건가 ?
후자다 . 패션 쪽의 일이 당장 하고 있는 일도 싫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생각할 때 윗사람을 보고 판단을 한다 . 윗사람의 모습을 보고 내가 몇 년 후면 저렇게 되겠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면 지금 좀 힘들어도 버티자 할 수 있겠는데 , 멘토 같은 사람도 없었다 . 현재도 맘에 안 들고 미래도 불투명 했다 . 차선책으로 이직을 고민했는데 패션이 아닌 쪽으로 이직은 불가능 했다 . 좀 벗어나도 백화점이나 면세점 정도가 있겠는데 그 외의 새로운 쪽으로 가느것은 어려웠던 것 같다 . 이미 다른 업계로는 넘어갈 수 없는 커리어의 장벽이 생겨 버렸다 . 그래서 업계를 떠나기로 했다 .
▶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
업무적으로 보면 신세계 인터내셔날로 이직한 이후부터가 이유였던 것 같다 . 철저히 개인적인 면에서 회사와 일이 잘 맞지 않았다 . 물론 내 동기들도 지금도 잘 다니고 있는 사람도 있다 . 지극히 개인적인 차이인 것 같다 . 만약 제일모직을 계속 다녔다면 회사생활을 계속 했을 것이다 .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업무순환도 잘 되었고 한 곳에서만 계속 일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 마지막 회사는 시스템이 한 브랜드를 몇 년 동안 계속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었다 . 특별한 이직의 계기가 되는 사건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
▶ 패션 MD, Buyer 로서 회사에서의 자신의 모습은 ?
수동적이고 업무보다는 업무 이후의 시간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 회사에 있는 사람들과는 잘 지냈지만 업무적 만족이나 기쁨은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
▶ 회사를 나오기 전에 감정평가사를 준비해야겠다 라고 결정한 건가 ?
맞다 . 이직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전직을 위해서는 시험을 통해서 전문자격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솔직히 감정평가사라는 것을 그 전에는 잘 몰랐다 . 회계사와 고민하다가 친구가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2008 년 회사를 그만둘 무렵 알게 되었고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의 흥미 보다는 지금의 업계를 떠나라고 준비하다가 우연히 INPUT 을 받게 되어 결정하게 된 것이다 .
▶ 감정평가사를 준비한 기간은 ?
한 1 년은 놀았다고 봐야 되지만 총 3 년을 공부했다 . 3 년 정도는 평균적으로 공부하는 기간인 것 같다 .
▶ 30 대 초반에 3 년 동안이나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준비를 했다 . 시험에 못 붙으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감은 없었는가 ?
불안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 하지만 그 불안함 보다는 ‘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 라는 생각이 더 시급했다 . 공부 하면서는 불안함은 늘 있었다 . 하지만 결정하는 순간에는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 차라리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
▶ 3 년간 자격증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
일단 힘들었던 것보다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 . 4 년동안 업무에만 매여서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계획해서 하는 것이 좋았다 .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초 , 중 , 고 때였던 것 같고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를 갖는 것이 돌이켜 보면 나에겐 휠씬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 힘든 것은 단지 합격에 대한 불확실성 이었다 . 과정 자체로 보면 인생의 황금기로 느껴질 만큼 좋은 시기였다 . 회사에서 원하는 목표와 나의 목표가 같지 않으니 나는 그냥 회사를 위해 일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를 위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 왜 감정평가사를 선택했나 ? 요즘은 공무원도 많이 하는데 .
공무원은 단 일분도 고려해 보지 않았다 . 패션업을 선택한 것도 조금 자유로운 업의 특성 때문이었는데 공무원은 그야 말로 같은 일의 반복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패션업의 루틴보다 더 하는 것 같다 . 물론 내가 공무원 사회를 잘 모르지만 내가 가진 생각은 틀에 박여 있고 변화하기 힘든 그런 표상 같은 곳인 것 같다 . 그래서 아예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 패션업에서 벗어나도 자유로움이 조금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 감정평가사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
세상 삼라만상의 가치를 매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그 대상이다 . 생산자가 있어서 생산자가 값을 매기는 것 말고 생산자가 없는 부동산 등이 주 대상이다 . 물론 건물도 기본적으로 짓는데 원가가 들지만 토지의 가치와 합쳐지면 그 가치를 정확히 매기기 어렵다 . 주변에서 쉽게 이해하는 것은 공시지가다 . 2 월 말에 공시지가가 나온다 . 이 제도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를 산정하는데 좋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 그것이 있으면 부동산의 가치의 지표가 되어 부동산의 경향과 추이를 알 수 있고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감정평가사의 일이 잘 맞는가 ?
과거의 패션업과 대비를 해 보자면 루틴과 반복에서 벗어나서 좋다 . 프로젝트가 하나 있으면 시작이 있고 완결이 있다 . 최소한 반복적인 일을 안 하게 된다 . 왜냐면 부동산 이라는 것이 어디 하나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 일의 시작과 끝이 명확해서 보람과 희열도 있다 .
▶ 반복 없이는 장인이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 이런 측면에서 반복을 어떻게 생각하나 ?
반복도 사실 의미 있는 반복과 무의미한 반복이 있는 것 같다 . 부동산도 모두가 다르기에 개별성이 크다고 했지만 평가 업무도 어찌 보면 반복이다 . 일련의 과정은 같지만 물건의 특성이 다르기에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것이 쌓여서 나의 전문성이 되는 것 같다 . 나를 업그레이드 해 주는 반복이라면 당연히 필요하다 . 내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느꼈던 반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계적인 반복 이었던 것 같다 . 반복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 마치 박스를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작업 같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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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취업이 엄청나게 힘들다 .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지금이 내가 취업할 때 비해서 말도 안되게 힘들다 . 스펙이나 커리어가 인플레처럼 너무 말도 안되게 훌륭한 커리어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 기업이 그걸 요구하는지는 모르겠다 . 솔직히 말하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 내가 감히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환경도 아닌 것 같다 .
▶ 커리어를 패션에서 감정평가사로 완전히 바꿨다 . 이렇게 커리어를 완전 바꾸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 배수의 진을 친다 ’ 라는 말이 있다 . 내가 하고 있는 일이 ‘ 아 , 지겹다 . 하기 싫다 .’ 이 정도 가지고는 전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맘이 있다면 어렵다고 본다 . 소름 끼치도록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어서 죽어버리겠다 라는 절박한 마음이 있어야 전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나는 ‘ 이 시험 떨어져도 패션 쪽으로는 안 간다 ’ 라고 다짐을 했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몸서리 치도록 싫어야 그런 마음이 있어야 전직이 된다고 본다 . 마음속에 여지가 남아 있으면 안될 것 같다 . 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과거를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무엇을 싫어하는 지는 확실히 알겠다 . 좋아하는걸 몰라도 싫어하는 것 절대로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실해 지면 그것을 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
▶ 이직 , 전직 ,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그냥 단순하게 짜증나서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재미 없다고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좀더 많이 고민해서 ‘ 이거는 지금도 싫고 앞으로도 싫고 좋아질 이유가 없다 . 벗어나야겠다 ’ 라는 생각이 확고 할 때 결정해도 된다 .
▶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올바른 선택을 하는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 ?
나는 선택을 내릴 때 주변에 도움을 많이 구하지 않았다 . 혼자 생각을 많이 했었고 패션쪽에 있는 사람에게 묻지 않았다 . 아예 다른 일에 종사하는 선배나 친구에게 물었다 . 그 분들은 삶의 계획과 커리어 플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나에게 적용시켜 봤다 .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니 패션업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졌다 . 팁이라면 회사에 매몰되지 말고 좀 떨어져서 다른 업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 5 년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
나는 대형 감정평가법인 소속이다 . 계속 일을 잘 한다면 출자를 할거고 그 이후 3~4 년 후면 주주가 된다 . 그리고 나면 좀더 전문적인 일을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같은 일을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경험으로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
▶ 아까 ‘5 년 후에 내 옆자리 선배처럼 되는 게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 는 말을 했다 . 지금 하는 일에서 5 년 선배는 이전 회사의 선배와 다른가 ?
그렇다 . 나의 대답은 현재 하는 일도 싫었고 멘토가 될만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 그래서 전직을 했는데 지금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좋고 지금 회사의 주주 , 선배를 봐도 배울만한 분들이 많다 . ‘ 저렇게 일을 하고 영업을 하면 되는 구나 ’ 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분들이 있다 .
▶ 꿈은 무언가 ?
꿈? 우스개 소리로 ‘ 구청장이 되고 싶다 ’ 고 말하고 다닌다 . 영등포구 출신인데 초 , 중 , 고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다 . 구를 잘 알고 있고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조금 더 추상적인 꿈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 . 그리고 취미로 하는 악기로 음반을 내고 싶고 , 영화를 하나 찍고 싶다 . 그 세가지가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이루고픈 꿈이다 .
▶▶ 현재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는 전직은 이직에 비해 그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 게다가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온전히 준비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 그런 면에서 완전히 커리어를 바꾼 정우진님의 용기와 끈기는 정말 대단하다 . 전직을 하려면 정말 현재 일이 ' 지겹다 . 하기 싫다 ' 가 아니라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힘든 그런 상황 이겨내야 한다 . 그 점에서
본다면 그의 전직 성공기는 웃으며 말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 수많은 직장인들이 전직에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힘이 ' 절박함 ' 임을 그를 통해 배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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